
헌법재판소가 대마초 사용과 국민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헌법소원에 대한 심리를 진행중인 가운데 관련 영화를 제작한 영화인과 시민들이 이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큐멘터리 영화 ‘풀’ 제작진과 영화 상영을 지원하는 관객 추진단은 지난 20일 오후 ‘대마를 석방하라’는 선언문을 발표하며 대마초 비범죄화에 대한 논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홍대인근 상상마당 영화관에서 영화 ‘풀’의 ‘관객이 여는 시사회’ 행사를 마친 후 선언문을 통해 “대마초 비범죄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마초 비범죄화 요구에 대해 “억압된 상식과 합리적인 태도의 회복을 위한 중대한 움직임”이라며 “약이 될 수 있는 식물을 단지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시민을 처벌하고 격리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 “세계는 대마초를 의료적 가치를 넘어 술과 담배의 안전한 대체재이자 더 행복한 대체재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며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맥락 없이 대마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그 어떤 사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범죄로 취급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대마초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당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부당한 법의 피해자들이 발생한다”며 “이에 따라 수많은 환자가 치료 기회를 박탈당했고, 가족과 공동체는 불필요한 낙인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1976년, 박정희 정부에 의해 금지되기 전까지 대마, 즉 삼은 한반도에서 법적으로 따져본 적이 없는 식물이었다”며 “대한민국에서 집집마다 삼을 기르고 옷, 약, 음식, 흡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삼을 활용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은 우리의 생활이었고, 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대마가 불법이 된 이래 대마를 쓰는 사람이나 기르는 사람에게 과도한 수준의 처벌을 내리고, 씻어내기 어려운 불명예의 낙인을 찍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처벌의 수위나 대마를 향한 적대적인 시선은 세계적으로 따져보아도 유별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마초는 지난 2020년, UN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따라 대마초의 규제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대마초의 의료적 연구와 사용의 확대를 염두에 둔 판단으로 관측된다.

다음은 영화 ‘풀’ 관객 추진단 선언문 전문
“대마를 석방하라”
대한민국은 격동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좌든 우든 어떤 정치적인 입장이든 우리는 진실한 정보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는 무시되는 진실이 있습니다. 과거에서 이어져 왔다는 관성적인 이유만으로 지독하게 악마화된 채 남아 있는 영역, 대마초입니다.
우리는 대마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1976년, 박정희 정부에 의해 금지되기 전까지 대마, 즉 삼은 한반도에서 법적으로 따져본 적이 없는 식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집집마다 삼을 기르고 옷, 약, 음식, 흡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삼을 활용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도 많을 것입니다. 삼은 우리의 생활이었고, 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의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대마가 불법이 된 이래 대마를 쓰는 사람이나 기르는 사람에게 과도한 수준의 처벌을 내리고, 씻어내기 어려운 불명예의 낙인을 찍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처벌의 수위나 대마를 향한 적대적인 시선은 세계적으로 따져보아도 유별난 모습입니다.
2020년, UN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따라 대마초의 규제 등급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대마초의 의료적 연구와 사용의 확대를 염두에 둔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헤로인과 같은 아편류가 속한 고위험 약물 분류군에서 59년 만에 오해를 벗고 여러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대마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대마초, 삼의 꽃이 인체에 미치는 여러 의학적 효과의 증명과 직접 복용으로 사망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임상적 통계가 있습니다. 아울러 이미 널리 알려진 뇌전증, 우울증, 파킨슨, 암, 자가면역질환 등과 같은 질병에 보이는 약효 등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효능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반세기 전 미국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던 세계적인 대마 불법화는 지금 다시 미국의 주도 아래 비범죄화되고 합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독일, 태국, 멕시코뿐만 아니라 스위스, 프랑스 등 합법화를 추진하거나 요구하는 국가들은 지금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그 배경으로 의료상의 이유, 경제적인 이유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대마초가 안전한 식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술과 담배의 중독성이 대마보다 현저히 높다는 사실은 연구와 오랜 시간의 통계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갈망을 느끼게 되고 몸과 정신에 심한 해악을 끼친다는 마약에 대한 일반적인 인상에 부합하는 것은 대마보다는 술과 담배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대마초를 사용하는 것이 잘못입니까? 아니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죄가 되는 것입니까? 다수 언론은 편향된 정보만을 제공하여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대마에 관한 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대마의 환각성 물질이라 말해지는 THC는 많은 연구를 통해 항우울제, 벤조다이아제핀, 오피오이드 같은 약물의 부작용을 줄이는 안전한 대체재가 될 수 있음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치료에도 효과를 보여 미국과 유럽에서는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 및 마약류 처방 약의 위기를 해결할 해답으로써 대마초 합법화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실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속인주의를 적용하여 외국에서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사용하더라도 한국 국적자라면 국내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공포를 조장합니다. 편향된 정보만을 근거로 대마초를 합법화하면 사회가 무너진다는 담론을 확산시킵니다. 그러나 대마초가 합법이거나 범죄가 아닌 국가에선 정신질환이 증가하지도 않았고 교통사고, 도덕성의 위기, 노동 시장의 붕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대한민국에 관해 말할 때 자주 다뤄지는 통계적 수치가 있습니다.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죽지 않으면 더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과 이러한 절망을 물려줄까 봐 낙담에 빠져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탄생의 문제에 있어서나 죽음의 문제에 있어서나 벼랑 끝에 내몰려있을 정도로 불행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의료용은 찬성하지만 기호용 대마는 반대한다고 말합니다. 대마초는 의료용이든 기호용이든 그 성분과 효과는 동일합니다. 흙에서 자연히 자라는 식물인 삼의 꽃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한민국에선 의료상의 가치마저 희박한 술이나 담배를 일상적으로 마약이나 독이라는 자각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연구와 통계는 환자를 위한 의료용 대마뿐만 아니라 기호용 대마가 술이나 담배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 또한 대마초가 합법화된 나라에선 알코올과 담배의 사용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타납니다.
정말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세계는 대마초를 의료적 가치를 넘어 술과 담배의 안전한 대체재이자 더 행복한 대체재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습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맥락 없이 대마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그 어떤 사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범죄로 취급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마초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당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부당한 법의 피해자들이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환자가 치료 기회를 박탈당했고, 가족과 공동체는 불필요한 낙인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2004년, 몇몇 양심 있는 이들은 침묵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대마초 금지를 위헌이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국민의 행복권을 지키기 위해 대마초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그들은 금기에 맞섰지만, 사회는 그 용기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언론은 그들을 물의로 치부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대마초의 사용과 국민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억압된 상식과 합리적인 태도의 회복을 위한 중대한 움직임입니다. 약이 될 수 있는 식물을 단지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시민을 처벌하고 격리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반세기 전 정치적 목적에 의해 도입된 대마 금지법은 과연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과 시민의 삶을 반영하고 있을까요?
4월 20일. 수업이 끝난 4시 20분에 자유를 찾는 학생들이 모여 대마초를 피웠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숫자 420(Four twenty)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 서 대마초의 날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20일, 오늘 우리는 선언합니다. 우리는 대마를 가둔 터부의 창살을 허물고 대마에 관한 오해와 무지를 바로잡을 변화를 촉구합니다. 우리 사회가 진실을 마주하고 모순과 잘못을 바로잡는 경험을 통해 더 행복한 장소로 탈바꿈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진실을 바로잡아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를 에워싼 불행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일으킬 희망의 불씨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에 숨을 불어넣어 살릴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다시 대마초 비범죄화를 요구합니다.
“대마를 석방하라”
2025년 4월 20일
대마 비범죄화를 위한 다큐멘터리 <풀> 관객추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