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일반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 개최
"주주가치 훼손" VS "투자 유치 시급"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레이저티닙 마일스톤과 로열티가 유입되면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는데 왜 굳이 제노스코 상장을 추진합니까?"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원개발사인 오스코텍이 25일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 가운데 한 소액주주는 이 시점에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는 "레이저티닙 마일스톤을 받기까지 첫 투약 후 4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당장 돈이 없으면 연구를 중단해야 하고 핵심 연구원은 회사를 떠날 것"이라며 제노스코 상장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유럽에서 레이저티닙 승인을 받더라도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금을 확보하지 않으면 임상을 중단해야 할 뿐더러 핵심 연구원도 회사를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한국에서 제노스코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 소액주주는 "탑티어 연구원을 보유한 미국 회사라면서 미국에 상장하면 되지 왜 한국에 상장하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코스닥 상장에 대해 "이미 다 검토한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미 나스닥과 코스닥을 많이 비교했고 한국 코스닥의 밸류업과 우리의 네임 밸류가 굉장히 좋아졌다"며 "(제노스코에 대한) 투자 유치가 전부 한국에서 들어오고 있어 한국을 벗어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 전략을 생각했을 때 나스닥은 유지비도 어마어마하고 용이성과 편의성, 주주 구성을 생각했을 때 코스닥이 훨신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김 대표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김 대표는 제노스코 상장을 통한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2000년 미국 보스턴에 제노스코를 설립한 이후 오스코텍이 투자한 금액은 78억원으로 이후 2016년경 부터는 전략적 투자(SI)와 재무적 투자(FI)를 받아 회사를 유지해왔고 이제는 상장 없이 투자를 유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스코텍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금액은 어디에 쓰냐는 소액주주들의 지적에는 "유상증자한 금액을 R&D에 쓰지 않고 자회사에 투자하거나 빌려주는 것 자체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가 자녀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늘릴 목적으로 제노스코 상장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제노스코에서 구체적인 지분율을 공개하지 말라고 해 각 개별 지분을 언급할 수 없다"며 "다만 제노스코에 특수관계인 지분은 투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소액주주는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합병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며 "오스코텍의 주관으로 가능하냐"고 묻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내 회사와 미국 회사를 합병하려면 기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세법을 파헤쳐야 하고 지금부터 합병까지 최소 1년 반에서 2년 반은 걸릴 텐데 그 사이 회사(제노스코)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 유치가 시급한 만큼 상장을 통해 가치를 평가받고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는 오후 3시에 시작했으나 한시간 반 동안 오스코텍의 신약 개발 현황과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김 대표와 윤태영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기술이전 성과 8건을 달성하고 상업화 단계 파이프라인을 5개까지 확충해 수익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기술이전 시 인도 등 규모가 큰 아시아 지역의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린 공개 설명회인 만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노스코 상장 추진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질의응답 시간은 예상보다 짧게 주어졌다.
제노스코는 지난 4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AA, AA 등급을 받았으며, 지난달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내년을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오스코텍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 가치 보호 방안 없이 제노스코 상장이 추진될 경우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예고한 상태다. 상장 저지 소송 등을 위한 후원금도 모으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오스코텍이 자회사를 중복 상장하면서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쪼개기 상장을 주장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최영갑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앞으로 주주연대는 2대주주나 사모펀드 등 어떠한 단체들과도 손잡을 의향이 있다"며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먼저 벗어났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