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소집 통지서 전달 기간, 타 국가들 대비 짧아
복잡한 출석 절차 및 밀집된 주총 일정 등도 문제
보고서 게시 기간 확대·상장사 자발적 변화 등 촉구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 소집 통지가 뒤늦게 나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내 상법 개정을 비롯한 기업들의 주주친화적인 태도 등을 촉구해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테파니 린 ACGA 한국 담당 리서치 헤드는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일반 주주와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권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아시아의 타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가 주주들에게 전달되는 기간은 굉장히 타이트하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국내 상장사들은 14일 전에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주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코스피 상장사 72.8%와 코스닥 상장사들 90.9%가 주주총회 2주 전에 소집 통지서를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은 주주총회 21일 전에 소집 통지서를 주주들에 발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외국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주총회 안건을 제대로 검토해서 기간 내 투표하기 더더욱 어렵다”고 공감했다.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 발행 이후에도 국내 상장사들의 문제는 적지 않게 포착된다. 린 헤드는 “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할 때, 복잡한 출석 절차가 문제로 꼽힌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출석 절차와 주주총회 안건, 질의응답 시간의 유무 등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주주총회 참석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디지털 출석표를 마련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언어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주주총회 공지를 번역해 공지하려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여러 상장사의 주주총회가 밀집돼 있어 투자자들이 참석에 어려움이 따르는 점도 비판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었던 3월을 살펴보면 97.2%의 국내 상장사들이 밀집된 기간(3월 20~29일)에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린 헤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은 하루에 개최할 수 있는 기업들의 수를 제한하고 있으며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와 조율해 대형사들의 주주총회 일자가 겹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상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주총회 최소 3주 전에 사업 및 외부(독립) 감사인 보고서를 게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법 개정 및 시행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주총회 소집 통지일을 현 14일 전에서 28일 전으로 연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린 헤드는 “기업들은 상법 개정에 발맞추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주주총회를 28일 전에 공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패널 토론자로 참여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총회는 주주들의 권리가 실현되는 자리인데 국내 기업들의 주주총회는 진행 시간이 짧은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대로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과 일본 기업들의 주주총회 모습을 비교했다.
일본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는 하나의 안건에 대해 주주들의 질문이 마무리될 때까지 주주총회가 진행된다. 현장에서는 수십명의 경영진이 대기하며 주주들의 질문에 2시간가량 응답하는 구조다.
황 연구위원은 “일본도 주주총회 소집 통지일이 14일 전으로 우리나라와 같지만 주주들과의 소통을 거치고 신뢰할 수 있는 감사보고서가 제공된다”며 “국내에서는 단기간에 주주총회 개최일까지 집중돼 주주들이 심도 있게 논의안을 알아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총회 과정에서 기업들과 주주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반영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업들이 보다 주주친화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행사는 국내외 상임대리인을 거쳐 한국예탁결제원에 전달되고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시스템을 통한 표결 내용 취합과 의결권 처리가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