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주군, ‘오비탈 캐리어’ 개발 지원 착수
동체 안에 우주비행체 품었다가 방출 구조
해상 누비는 항공모함과 기본 개념 같아
미 위성 겨냥한 공세적 기동에 신속 대응
방해 전파 쏘고 레이저 중간 차단 가능

# 1999년, 길이가 1㎞에 이르는 길쭉한 선박 형태의 초대형 우주선이 지구로 돌연 불시착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우주선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부서진 우주선을 지구인들은 정밀 조사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다. 지구인보다 적어도 100년은 앞선 기술이 우주선에 적용돼 있었던 것이다. 지구인들은 이 최첨단 우주선을 수리해 지구 밖에서 비행 가능한 ‘우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기로 한다. ‘마크로스’라는 함명도 붙인다.
수리에는 10년이 걸린다. 그리고 마침내 마크로스가 지상에서 처음 이륙하기로 한 날, 갑자기 대규모 외계인 함대가 지구를 침공한다. 이들은 전투기를 자신들의 함선에서 내보낸다. 지구인들도 마크로스에 탑재된 함재기를 대거 출격시켜 대응한다. 치열한 근접 공중전, 즉 ‘도그파이팅’이 벌어진다. 1982년 일본에서 TV로 방송된 공상과학(SF)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도입부다.
놀랍게도 상상 속 물체로만 여겨졌던 마크로스 같은 우주 항공모함이 곧 현실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로스처럼 덩치가 극단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우주비행체를 품었다가 필요한 시기에 방출하는 역할을 맡을 신개념 우주 수송 수단이 고안되고 있다. 지구 궤도가 새로운 전장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 우주군이 중국 등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미국 우주기업 그래비틱스는 미 우주군에서 ‘오비털 캐리어(Orbital Carrier)’라는 이름의 수송 수단 개발을 요청받았으며, 이를 위해 최고 6000만달러(약 860억원)를 투자받기로 했다고 지난달 말 공식자료를 통해 밝혔다.
오비탈 캐리어는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항공모함을 뜻한다. 지구의 항공모함이 바다를 떠다니다가 함재기를 출격시키듯 우주 항공모함도 지구 궤도에 떠 있다가 작은 우주비행체를 방출하는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래비틱스가 인터넷에 공개한 우주 항공모함 상상도는 드럼통을 닮았다. 드럼통 전방에서 출입구가 양쪽으로 활짝 열리며 내부에 적재된 여러 기의 우주비행체를 사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주 항공모함의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상상도로 추정한다면 길이는 수십m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 비행은 이르면 내년 지구 궤도에서 실시된다.
미 우주군이 우주 항공모함 개발에 나선 것은 지구 궤도에서 자국 인공위성을 향한 군사적 위협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중순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한 국방 관련 콘퍼런스에서 마이클 게틀린 미 우주군 부사령관은 “다른 나라와 미국의 우주기술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며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발언했다.
당시 행사에서 미 우주군은 중국이 지난해 자국 인공위성 5기의 움직임을 동시에 제어하는 연습을 한 사실을 공개했다. 위성 2기가 아닌 다수 위성을 한꺼번에 통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우주군은 이를 지구 궤도에서 도그파이팅 능력을 숙달하려 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 위성을 대상으로 한 근거리 공격을 염두에 둔 훈련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동체 충돌, 레이저·전파·화학물질 발사, 로봇 팔을 통한 강제 견인 등이 자국 위성을 대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우주 항공모함을 지구 궤도에 상시 배치해두면 이런 위협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진 우주비행체를 상황에 따라 즉시 방출하는 일이 가능하다.
공격 의도를 가진 타국 우주비행체가 미국 위성에 접근하면 방해 전파 발사용 우주비행체를 내보내 작동을 정지시키면 된다. 미국 위성에 달린 관측이나 감시용 센서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의 레이저가 날아들면 레이저 발사 경로를 담장처럼 가로막는 우주비행체를 내보내면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지상에서 로켓을 일일이 쏴 우주비행체를 보내는 것보다 대응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래비틱스는 “우주 항공모함은 지구 궤도에 미리 배치해 둔 발사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 우주군에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