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시장에서 5년 내 1위 가능성이 몇 퍼센트냐고요? 120%, 그게 우리의 포부(aspiration)입니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참석차 독일 베를린을 찾은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부스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번 IFA에서 유럽 맞춤형 가전 신제품 25종을 내놓은 LG전자는 향후 5년 내 유럽 가전 매출을 2배로 키워 확고한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조 CEO는 “이번 쇼(IFA 2025)는 사실 유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공략 방안으로는 ▶고효율 ▶핏앤맥스(Fit and Max·공간맞춤형) ▶인공지능(AI)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전력 효율을 높이고, 유럽의 빌트인 수요에 맞춰 공간 낭비를 최소화한 맞춤형 가전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조 CEO는 이번 IFA 행사에서 전면으로 내세운 AI홈의 경우 “기술 싸움이기도 하지만 고객에게 주는 경험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소비자한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AI로 입지를 다지려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AI 서비스가 향후 과금을 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관련 부가 서비스가 생겨나고 AI 생태계가 구성돼 많은 사람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챗GPT와 같이 과금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CEO는 TV 사업 부진과 관련해선 “사업이 어렵다”고 인정하면서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내년이면 가격 경쟁력을 꽤 갖춰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LG전자는 중국 기업과 손잡고 합작개발생산(JDM) 방식으로 저가형 가전을 공급하고 있다. 조 CEO는 “당분간 중국 업체의 공세가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디바이스에서 싸움하기보다는 웹 OS(LG전자의 스마트 TV 운영체제) 플랫폼 등 서비스 플랫폼에 드라이브를 걸어 매출과 이익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가 새로 공개한 RGB(적·녹·청) TV와 관련해선 “우리도 낼 것”이라며 “내년 초쯤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소비자간 거래(B2C)뿐 아니라 기업간거래(B2B)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전장(VS) 분야가 대표적이다. 조 CEO는 “요즘 전장만 바라보면 얼굴에 웃음이 지어진다”라고 말했다.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VS사업본부는 매출 5조6929억원에 영업이익 251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346억원)보다 86.7% 급증했다.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 건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냉각솔루션이다. 특히 LG전자는 인도네시아,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계약을 따낸 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 데이터센터 관련 냉각솔루션 공급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조 CEO는 “네옴시티 건은 잠재력이 크다. 칠러뿐 아니라 냉각 솔루션까지 다 들어가게 되면 아마 조 단위로 얘기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B2B에서 VS사업본부하고 ES(에너지솔루션)사업본부가 끌어나가는 쌍두마차에서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미국의 관세 장벽, 그리고 유럽의 수요 둔화 등을 탈피하기 위해선 인도·사우디아라비아·두바이·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 쪽에 투자하는 게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