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의 경쟁을 피해선 안 된다. 우리의 강점으로 돌파해야 한다.”(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부문장·사장)
“중국은 비용과 생산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역량을 빌려보겠다.”(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묘하게 다른 ‘중국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양사는 보급형·프리미엄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투트랙 접근, 인공지능(AI)을 통한 차별화된 경험 제공을 유사하게 언급한다.
다만 LG 전자는 중국 제조 생태계에 파고들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동시에 강조한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돌파구를 더 부각했다.
LG전자의 조주완 최고경영자(CEO)와 류재철 가전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4일과 5일(현지시간) 베를린 ‘메세 베를린’의 IFA 2025 현장에서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두 사람은 “5년 내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중국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LG의 접근은 ‘중국과의 협력으로 중국을 극복해보겠다’는 것에 가깝다. 최근 중국 기업과 공동설계생산(JDM)으로 냉장고·세탁기를 내놓기로 한 데 대해 “우려가 나온다”는 질문에, 조 CEO는 “중국은 경쟁과 협력, 두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중국과 협업하고 있는데 스스로 극복하겠다고 하는 건 오만”이라고 말했다. LG전자에 따르면 JDM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달리 중국의 제조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는 협력 방식이다.
류 본부장 역시 ‘패스트 팔로어’ 중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 본부장은 “(과거 한국이 치고 올라올 때) 유럽의 일렉트로룩스, 미국의 월풀 같은 선진업체들은 (가격경쟁을 포기하고)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했다. 그러나 제조 비용과 제한된 고객 규모 때문에 이것만으론 이기기 쉽지 않았다”면서 “프리미엄에 더해 매스 프리미엄(대중 명품), 보급형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짚었다.

4일 삼성전자가 노태문 디바이스경험부문장(사장) 중심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중국 추격 대응책에 대한 유사한 답변이 나왔다. 중국의 하이센스, TCL 등에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는 TV 부문의 용석우 사장(비주얼디스플레이부)은 세 가지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보급형의 라인업 확장, 보급형에서 중국 기업이 따라오지 못할 AI 경험 확대, 가전과 모바일을 연결한 시너지 강화 등이다.
프리미엄과 준프리미엄, 보급형 시장 동시 공략, 삼성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저가형에서도 제공하겠다는 전략 등이 LG와 유사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체 돌파’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AI를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고 중국 추격도 따돌릴 중심적 타개책으로 보고 있다.
노 부문장은 “프리미엄 시장과 보급형 시장 간 양극화가 가전, 모바일, TV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비전과 목표인 ‘AI기술의 대중화’를 프리미엄부터 시작해 보급형까지 빠르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