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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돈맥경화. 시장에서 돈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않는 상황을, 피가 잘 돌지 않는 동맥경화에 빗대어 한 말이다.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기업의 손해도 커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상품을 만들려면 원자재를 사야 하는데, 당장 자금이 없어 원자재를 사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떡볶이 밀키트를 만드는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이 A기업은 B 떡집(매입처)으로부터 가래떡을 사서 떡볶이 밀키트를 만들어 C마트(매출처)에 판매한다. 이때 C마트는 A기업에게 대금을 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매출처가 A기업에 대금을 나중에 지급한다. 그러나 매입처들은 즉시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A기업의 입장에선 정산을 바로 받지 않으면 당장 밀키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재료를 살 돈이 부족할 수 있다. 즉, 물건 판매에 성공했지만 추가적인 매출을 만들기 위한 자금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대출이 쉬운 것도 아니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싶어도 신용평가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심사에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돈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럴 때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매출채권이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물건을 팔고 받을 돈을 말한다. 위의 예시에서 A기업이 C마트로부터 ‘받을 돈’이 바로 이 매출채권에 해당한다. 기업은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매출채권을 거래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사실상 매출채권은 서류 상의 자산으로, 그동안 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276홀딩스’라는 스타트업은 서류 상으로 거래(양수도)해야 했던 매출채권을 전자화해 기업이 쉽고 빠르게 매출채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 필요한 자금을 빨리 융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를 마련한 것이다. 276홀딩스 측은 지난 2022년 7월 기업의 매출채권을 전자화하는 ‘플로우포인트’ 서비스를 시작, 지금까지 약 6600억원의 매출채권을 전자화했다고 말한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지난 4일 여의도 공유 오피스에서 신인근 276홀딩스 대표(=사진)를 만나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출채권 전자화, 어떤 의미가 있나?
과거 기업 입장에서 매출채권은 장부상으로 적혀 있는, 즉 활용할 수 없는 자산이었다. 매출채권을 양수도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의 양이 두께로 따지면 약 10cm정도 된다. 중소기업이 3000만~4000만원 매출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계약서를 작성하기 쉽지 않다. 276홀딩스는 매출채권 중에서도 전자어음을 제외한 일반 매출채권을 전자화 해 기업이 매출채권을 쉽게 양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 매출채권은 양수도가 쉬워 현금화, 계약 이행 담보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 그동안 활용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들은 매출채권으로 원자재를 사거나 마중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전자 매출채권도 법적인 효력이 있나
그렇다. 기업이 매출채권을 전자어음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전자 매출채권을 만들고, 양수도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 전자 매출채권 플랫폼인 ‘플로우포인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자 매출채권, 기존에 방대한 양의 서류 제출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매출채권 양수도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법무법인의 검토를 받아 전자계약 형태로 풀었다. 계약서 상 필요한 데이터 등을 공공기관에서 불러와 계약서로 만들고, 기업간 공인인증 서명을 하면 매출채권이 만들어진다.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인가
일종의 전자계약을 공인인증서로 서명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다. 계약서 조항, 양수도, 내용증명 통지 등 일련의 과정을 플로우포인트에서 제공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바로 전자 매출채권이 생긴다.
전자계약의 경우 양방이 서로 합의한 계약에 서로의 동의를 구하는 구조로 증빙, 서류가 필요 없듯 매출채권 또한 “내가 당신에게 물건을 팔았어”, “너에게 물건을 받고 나중에 돈을 줄거야”에 대해 서로 동의하는 것이다. 이 동의를 공인인증서로 체결하고 계약서 상세내역, 거기에 따른 법적 절차를 저희가 별도로 진행한다.
-276홀딩스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통신판매사업자, 소프트웨어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전자 매출채권을 잘 활용한 고객 사례를 소개해달라
고객사 대부분이 매출채권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실상 물건이 나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전체적인 매출, 회전율이 떨어졌는데, 전자 매출채권을 통해 기업들이 원자재, 상품 등을 빠르게 매입하고 매출을 일으키는 사례가 있다.
-매출채권 전자화, 첫 사례인가
엄밀히 말씀드리면 전자어음도 매출채권의 한 종류로, 전자 매출채권화의 대표적 사례는 전자어음이다. 다만 개괄적인 개념에서의 매출채권을 전자 채권화한 것은 국내에서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후발주자나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이 있나?
아직까지 후발주자는 없다. 다만, 몇몇 금융사와 협업 논의를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전자 매출채권에 대한 상품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과 매출채권을 토큰증권(STO)화하기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276홀딩스의 강점은 무엇인지
매출채권 시장에서 8~9년 간 전국적인 매출채권 유통망 뿐만 아니라 기업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협업 금융사들은 저희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 기업간기업(B2B) 시장은 일반 서비스와 결이 다른 마케팅 방향성을 필요로 한다. 주 고객군인 40대 후반에서 60대의 중소기업 의사결정자는 일반적인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상과 결이 다르다. 결국 오랜 시간을 두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관리만이 마케팅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
매출채권에 대한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추적할 수도 있다. 즉, 특정 채권의 발행부터 소멸까지의 전 단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에 강점이 있다.
-고객사는 주로 어떤 산업군인지
과거에는 건설사가 주 고객군이었으나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줄고 있고, 지금은 제조, 유통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다.
-경기가 어려운 요즘, 전자 매출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었을 것 같다
그렇다. 별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요가 들어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추가적으로 새롭게 보고 있는 산업군이 있는지
기업간정부(B2G) 영역이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매출채권이다. 고객사 중에 지자체에 화장실 비상벨을 납품하는 곳이 있다. 또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쓰는 교구를 판매하는 곳 등 조달청에 올라가는 곳들이 해당된다. 정부조달 매출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담보되기 때문에, 양수인들에게 투자자산으로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플로우포인트의 수익모델은 무엇인지
전자 매출채권의 양수도가 이뤄질 때마다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매출채권 전자화 외에도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고
기업은 원자재를 사서 상품을 만들고 팔아야 매출이 생긴다. 정작 원자재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즉, 저희가 직접 원자재를 사서 기업에 제공하는 일종의 원자재 후불결제(BNPL) 서비스다. 기업은 필요한 만큼만 원자재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플로우페이의 수익모델은 무엇인지?
저희가 원자재를 100원에 사왔다면 기업(고객)에게 110원을 받아 마진을 남기는 방식이다.
-사업 운영을 위한 자금 마련은 어떻게 해결했나
다양한 자산운용사와 협업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약 18개를 만들어 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영했다. 내년부터는 자산운용사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플로우페이의 경우 아직까지 새로운 상품인 만큼 276홀딩스의 자체 자본과 중소형 금융사의 투자금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추후 트랙 레코드(고객 사례 등)를 확보하면 (자산운용사가) 본격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중소기업, 자영업자가 주 고객군인데 파산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서울보증보험, 신용보증재단의 매출채권 보증보험을 통해 위험분산을 하고 있다. 또 플로우포인트에서 발생한 매출채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세종대학교와 인공지능(AI) 매출채권 할인율 산출 모델을 개발했다. AI 모델 1차 스크리닝을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서울보증보험, 신용보증재단 매출채권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한도가 나온 업체를 대상으로 매출채권 전자화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AI 모듈의 정확도를 높여 자체 평가만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지?
플로우포인트는 이미 기업들이 잘 활용하고 있어, 플로우페이와 다양한 상품으로 세부 BM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플로우포인트를 통해 중소기업 고객군을 확보했다면, 앞으로는 식당 사장님들이 플로우페이를 통해 필요한 식자재, 미용재료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궁금했던 것 중 하나다. 사명이 무슨 뜻인가?
276홀딩스는 두 번째 창업 회사다. 현재 11명의 구성원 모두가 첫 회사부터 지금까지 주축이 되고 있다. 첫 회사부터 지금까지의 사번을 합치면 276번으로, 내부적으로 숫자에 대한 가치를 높게 두고 있어 276이라는 숫자를 사명으로 활용했다. 또 중소기업의 이로움이 행운(7)과 함께 흐른다(한자로 흐를 육)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 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