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
방송제작 현장에서는 미술, 소품, 촬영, 편집, CG 등 다양한 영역에서 외부 인력과 용역이 활용된다. 제작사는 외주 업체와 견적서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시작하지만,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거나, 작성되더라도 용역료를 "추후 확정"한다고만 명시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용역료 확정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진다. 이에 방송제작사가 용역계약 체결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살펴본다.

◇견적서는 계약서가 아니다
견적서 제출은 거래 조건 제안이나 용역 발주를 권유하는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며, 법적으로 용역료를 확정하는 계약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견적서만 주고받거나 계약서에 "용역료는 추후 협의"라고만 명시하면, 용역료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 간 의사 해석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한다.
◇견적서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
견적서는 총액, 인력 단가, 작업 수량, 실비 추정치 등이 혼재된 형태로 작성된다. 이 경우 견적서와 용역료의 관계는 총액계약(lump sum contract), 단가계약(unit price contract), 실비정산보수가산계약(cost plus contract)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해석 방식에 따라 용역료는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차이가 발생하므로, 계약 체결 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계약 방식별 유의사항
계약서에 용역료 산정 기준 명시: 방송제작 현실상 초기 협의나 견적서와 실제 작업이 달라진다. 용역료를 미리 확정하기 어렵더라도, 용역료 산정 기준과 방식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총액계약: 업무범위가 명확하고 수행 내용이 예상되는 경우 적합하다. 주요 업무를 명시하고, 해당 업무 완료 시점을 중도금 지급 시기로 설정해 성실한 업무 수행을 담보한다. 추가 작업이나 일정 지연을 이유로 한 증액 요구를 방지하려면 "용역료는 모든 작업을 포함한 총액이며 추가 대금은 인정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대금 변경 시 서면 합의를 요구한다.
단가계약: 수행 업무량 예측이 어려운 경우 활용된다. 견적서에 명시된 단가를 기준으로 실제 수행량에 따라 정산한다고 명시한다. 과다한 업무량 계상이나 불필요한 작업 반복을 방지하려면 인력 사용에 제작사의 사전 승인을 요구하고, 정기적으로 작업 인원 및 내용을 보고받아 승인·확인된 작업에 대해서만 정산한다.
실비정산보수가산계약: 견적서를 참고 자료로만 검토하거나, 유동적인 작업이 예상되는 경우 적합하다. 인건비나 경비 부풀리기를 방지하려면 기준 단가를 사전에 설정하고, 모든 비용은 증빙자료 제출 및 제작사 검수를 거쳐 확인된 경우에만 인정한다. 가산 이윤은 정률로 설정해 분쟁을 예방한다.

◇법률전문가의 검토로 분쟁 예방
용역계약은 빠른 제작 일정 속에서 간소하게 처리되지만, 견적서 내용, 계약서 문구, 실제 작업 방식이 일치하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한다. 불명확한 문구를 정비하고 용역료 산정 기준 및 절차를 체계화하면 분쟁 가능성을 줄인다. 제작사가 의도한 용역료 산정 기준이 계약서에 반영되도록, 계약 체결 전 법률전문가의 점검을 받는 것이 분쟁 예방의 지름길이다.
※이용해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20여 년간 PD 및 제작사대표로서 SBS와 초록뱀미디어 등에서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 및 제작하였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변호사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서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아마존스튜디오, CJ E&M, JTBC스튜디오 등 국내외 다수의 콘텐츠 기업들의 프로덕션 리걸 및 자문 변호사로서 역할 하였다. 현재 콘텐츠업계 여러 기업들에 법률적 자문과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YH&CO의 대표변호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