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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서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다.” 4일 헌법재판소 5차변론에 나온 윤석열의 횡설수설이다. 자신이 계엄을 선포한 것도 맞고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것도 맞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내란이 아니란다. 세상에나.. 이것이 정녕 한 나라의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입에 담을 말이던가? 발기부전 탓에 뜻을 이루지 못한 강간범이 범하지 못했으니 죄가 없다고 강변하는 꼴이다. 쿠데타를 막으려 슬리퍼바람으로 달려간 국민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군인들이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절망했다. 저 광인에겐 헌법이 호수 위 달그림자에 불과했음이다.
하늘에 달은 하나지만 천개의 호수 위에 뜬다. 12월3일 밤으로부터 두달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더 안전해졌는가? 가없는 사람들이 얼어붙은 거리에서 밤을 새웠다. 탄핵이 이어져도 수괴들은 히드라의 머리처럼 새로 돋아났다. 구속된 대통령의 뻔뻔스런 발뺌에 호응하듯 거리는 폭동을 선동하는 광기로 뒤덮였다. 21세기 대한민국에 현대사의 끔찍한 기억 서북청년단이 백골단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서부지법이 짓밟혔고 헌재 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총선이 중국공산당에 의한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달그림자처럼 떠올랐다. 부정선거라고 지목된 53개의 선거구에서 낙선한 당사자들은 정작 단 한사람도 부정선거라 주장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의 개표방식이 수개표인데도 부정선거를 막기위해 수개표를 해야한다며 거품을 문다. 달은 하늘에 있는데 사람들은달그림자를 향해 호수로 몸을 던진다. 사악한 집단광기다.
10일 부산 기장의 한 은행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은행에 들어서자 말자 갑자기 검은 비닐봉지로 싼 물건을 총처럼 겨누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무릎꿇게 하곤 직원에게 가방을 던지면서 '5만원권을 담아'라고 소리쳤다. 상황은 딱 영화 속 은행강도이다. 은행 안에 있던 직원과 손님 모두 공포에 휩싸였다. 난데없는 상황은 용감하게 제압에 나선 50대 손님에 의해 2분 만에 종료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범인이 집에 있던 자녀의 물총을 이용해 벌인 일이란다. 평화롭게 마무리된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댓글이 역대급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만 원 한장 도둑맞지 않았다. 2분짜리 은행강도가 어디있나? 그는 은행 보안시스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계몽 시민일 뿐이다. 은행 직원들이 부당한 지시에 따라 돈을 담지 않을 것을 알고 한 행위를 강도라니.. 그야말로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꼴이다!” 아무리 봐도 다음번 노벨문학상도 보나마나 한국 차지일게 뻔하다.
달그림자를 쫓는 사람들이 어디 이뿐이랴? 여론이 뒤집어졌다며 탄핵기각을 압박하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저마다 호수 위 달그림자 바라기다. 탄핵반대 집회의 목사님도, 학원 강사님도 달그림자에 목을 맨다. 그들은 내란 지속을 바란다. 혼돈만이 그들을 구원할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은 정월대보름 달보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는데... 나는 믿는다. 12월3일 밤, 이재명대표의 라이브를 듣고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국회로 달려간 국민들이 있기에.. 진달래가 필때면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갈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