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APEC 숙소’ 소노캄 경주, ‘신라의 쉼’을 품다[르포]

2025-10-21

물안개 낀 새벽의 보문호는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그 고요한 호숫가에 1년여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새 단장한 건물이 서 있었다. 소노인터내셔널이 19년간 운영하던 대중 리조트 소노벨 경주가 5성급 프리미엄 호텔 ‘소노캄 경주’로 탈바꿈한 것이다. 리뉴얼에 투입된 금액만 1700억 원에 달한다. 이달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초대형 이벤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호텔의 정체성 자체를 새로 쓴 현장을 미리 다녀왔다.

APEC 겨냥…국내 최대 프레지덴셜 스위트

이번 리뉴얼의 가장 큰 동력이자 결과물은 단연 APEC이다. 소노캄 경주는 각국 정상을 맞이할 ‘숙소’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점은 기존 연회장이던 최상층을 개조해 만든 ‘프레지덴셜스위트(PRS)’다. PSR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569㎡(약 172평)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간감이 압도했다. 거실 전면 통창 너머로 보문호 전경이 막힘없이 펼쳐졌다.

정종훈 소노인터내셔널 한국동부 총괄임원은 “1년 전부터 APEC 행사를 준비했다”며 “신라 문화 예술의 신비함을 디자인에 구현했고 개인 공간은 왕가의 침소와 같은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객실 곳곳에는 달항아리 등 한국적 미감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배치됐다. 거실 바닥에는 전통 온돌 시스템을 적용했다. 2000만 원 상당의 스웨덴 명품 침대 ‘헤스텐스’가 놓인 침실, 최신 음향 시설을 갖춘 회의실, 케이터링이 가능한 전용 주방, 수행원과 함께 묵을 수 있는 커넥팅룸까지 갖춰 단순한 객실을 넘어선 ‘움직이는 집무실’에 가까웠다.

소노캄 경주는 APEC 기간 일반 투숙객 예약을 받지 않고 행사 전용으로 운영된다. 할랄·비건 등 VIP의 다양한 식단 요구에 대응하고 완벽한 보안 동선을 확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정 총괄임원은 “전국 20개 사업장에서 베테랑 직원을 선발해 행사 기간에 배치할 것”이라며 “최상의 서비스로 각국 VIP를 맞이하겠다”고 자신했다.

‘워터파크’ 지우고 ‘사색의 공간’으로

소노캄 경주의 변신은 APEC이라는 단기 목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 가족 단위 고객으로 북적이던 소노벨의 기억을 지우고 ‘고요와 여유 속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타깃 고객도 커플과 프리미엄 여행자, 마이스(MICE) 수요로 재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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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웰니스 풀앤스파’다. 과거 워터파크 시설을 완전히 걷어내고 지하 680m에서 끌어올린 약알칼리 온천수를 채운 치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실내에는 돔 형태의 ‘시크릿풀’과 천장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레인풀’을 둬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이라이트는 보문호를 정면으로 마주한 실외 인피니티풀이다. 고즈넉한 호수 풍경을 바라보며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경험은 이곳이 지향하는 ‘쉼’의 가치를 오롯이 느끼게 했다. 정 총괄임원은 “최대 인원을 수용하기보다 일정 인원을 제한해 공간적 여백과 여유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 등급 심사에 필요한 피트니스센터를 과감히 없앤 것 역시 ‘사색’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418개의 객실 역시 한국적 미감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객실에 들어서면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좌식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은은한 불빛이 투과하는 전통 한지 창호 느낌의 조명, 웰컴 기프트로 제공되는 다기 세트와 전통 공기 놀이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신라 천년고도의 맛과 멋을 담다

호텔의 경험은 부대시설에서 완성된다. 소노캄 경주는 6개의 직영 식음(F&B) 시설과 북카페 등을 통해 ‘경주’라는 지역성을 녹여냈다. 뷔페 레스토랑 ‘담음’은 경주산 쌀과 한우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구이 전문점 ‘식객’은 늦은 저녁 ‘신라의 달밤’이라는 콘셉트의 주점으로 변신해 ‘월지의 달빛 하이볼’ ‘경주 보리티 하이볼’ 등 이색 주류를 판매한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북카페 ‘서재’다. 500여 권의 책을 비치한 이곳은 투숙객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심야 시간에는 자율적으로 책을 읽는 ‘심야 책방’으로 운영된다. 소란스러운 키즈카페 대신 차분한 사색의 공간을 호텔의 중심으로 내세운 것이다. 소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19년간 사랑받았던 소노벨 경주가 5성급 프리미엄 리조트로 재탄생했다”며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소노캄 경주에서 고요함과 사색을 통해 자신을 채워가는 여행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APEC을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한 소노캄 경주가 천년고도 경주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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