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관리청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과학을 전면에 내세워 '예측형 공중보건 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미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체계를 재구조화한다는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9일 충청북도 오송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병청은 건강 데이터를 양적·질적으로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보건안보 전문기관이자 국내 최대 규모 코호트 연구기관”이라며 “AI가 산업을 넘어 국가 생존전략이자 국민 삶을 혁신하는 핵심도구가 된 이 시기가 질병청이 한 차원 더 도약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질병, 건강 정보 수집-분석-활용 전 과정에서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장을 단장으로 한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려 업무영역 간 칸막이를 허물고, 빅데이터 연계와 개방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 구축한 코로나19 빅데이터(K-COV-N)를 비롯해 국립암센터, 결핵 등 데이터 연계 기관을 확대해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정책 수립과 민간 연구 활성화도 뒷받침한다.
임 청장은 “방대한 정보를 잘 분석하려면 많은 투입이 들어가야 하는데, AI라는 시대적 도구가 생겨 유용해졌다”면서 “배의 돛을 올렸는데 AI라는 순풍이 불고 있다”고 비유했다.
AI가 가져올 일상 변화로 △감염병 역학조사에서 AI를 활용한 밀접접촉자 자동 선별 △공항 검역 과정에서 'AI 검역관' 도입으로 의심증상자 자동 분류 △국민 맞춤형 국가건강조사 결과 통보 및 건강정보 제공 △SNS 허위 건강정보 모니터링 등을 제시했다.
미래 팬데믹 대비로는 △감염병 위기 대비·대응체계 재구조화 △mRNA 백신 개발 지원 △K-보건안보 이니셔티브 구축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내년부터 표본 감시기관·병원체 감시기관을 확대하고, 하수 감시 등 보완적 감시체계도 확대해 다층적 감시망을 강화한다. 전담 감시기구 설치, 위기단계별 의료대응체계 재정비도 추진된다. 특히 음압병상을 추가로 확충하는 것을 넘어 지역 의료체계와 연계된 상시 운영 시스템을 마련해 감염병 위기 대비 병상체계도 재정비한다.
임 청장은 “감염병 위기 대응 콘트롤타워로서 질병청 중심의 의료대응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위기단계에 따른 의료대응체계를 재정비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내년부터 위기대응 프로그램 개편과 자원 확보,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팬데믹 핵심 자원인 백신 개발 역량도 강화한다. 질병청은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으로 비임상 과제를 진행 중이며, 12월 임상 진입이 목표다. 성공 시 신종 감염병 발생 후 100~200일 내 백신 개발이 가능해진다.
질병청은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협력한 국제 백신 임상평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mRNA 백신 공동개발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한국형 감염병 대응 모델을 토대로 한 감염병 ODA 확대, 경북 안동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 구축 등도 K-보건안보 이니셔티브에 포함된다.
질병청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651억원 늘어난 1조3312억원으로 편성됐다. 예방접종, 희귀질환, 만성질환, 기후보건, 손상 관리 등 일상적 건강 위협 대응에 투입한다.
청소년 인플루엔자 무료접종 대상은 만 14세까지 확대되고,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무료접종은 12세 남학생으로 확대된다. 희귀질환 지원에도 52억원을 배정해 진단 접근성을 높이고, 당원병 환아 대상 '특수 옥수수전분' 지원도 새로 포함됐다. 초고령화시대에 더 중요해진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위해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 운영에도 143억원을 투입한다. 또 150억원의 예산을 희귀·난치질환 관련 연구 확대와 소아비만·소아당뇨 및 노인중증호흡기질환 등 건강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신규연구를 진행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