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사장님도 찾는 ‘배달통’ 만들자

2025-01-03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10월27일 '광주공공배달앱 홍보맨' 위촉식에서 이광수 애널리스트, 박시동 경제평론가, 정진욱 국회의원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사진제공=광주광역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자영업자의 ‘구세주’로 떠올랐던 공공배달앱이 이용 저조 등의 이유로 폐지 수순을 걷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몇 대형 배달플랫폼이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고 있기에 ‘견제’의 역할을 위해 공공배달앱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찾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민간 vs 공공배달 수수료 격차 7.8% 이상…광고비 더하면 소상공인 부담 늘어

많은 지자체가 공공배달앱 운영을 시작한 이유는 지역 내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 최소화를 위해서다. 민간 배달플랫폼의 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는 6.8~9.8% 수준이다. 객단가 3만원, 하루 25건의 배달을 받는 업체의 경우 대형 배달앱사(9.8%)를 이용하면 월간 220만5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반면, 공공배달앱인 먹깨비(1.5%)를 이용하면 월간 33만7500원의 수수료만 발생한다. 여기에 상위 노출 광고비, 결제대행 수수료, 배달비를 더하면 매출의 35%까지 빠진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공공배달앱의 중개수수료는 0~2% 수준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배달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어느 정도냐”라는 게시글에 “고객이 2만원 정도 주문하면 7000원 정도가 수수료로 지출된다”, “최근 쿠팡이츠는 40% 넘게도 빠지더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 11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상생안에 협의하면서 차등수수료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소상공인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 중개수수료율 9.8%보다 다소 인하됐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부담이 이전과 같거나 배달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행 배달비는 1900~2900원 수준이지만 매출 상위 35% 구간 업체는 배달비가 2400~3500원으로 500원, 상위 35~50% 구간 업체는 2100~3100원으로 200원 오른다. 주문금액이 적어질수록 수수료 인하 금액보다 배달비 인상 폭이 더 큰 것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 가격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선 공공배달앱 이용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8월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올리자 광주와 전남, 울산, 김해 등의 지역 소상공인들이 배달의민족 탈퇴를 선언했다. 이기성 광주소상공인연합회장은 “그동안은 공공배달앱 홍보가 부족해서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며 “탈회 선언을 하고 나서 홍보가 많이 돼 공공배달앱인 ‘위메프오’, ‘땡겨요’을 통한 주문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1년 3%에 불과했던 광주 공공배달앱 시장점유율은 2023년 17%까지 상승했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소비자가 공공배달앱을 찾도록 공공배달앱 가격을 기존 배달앱보다 낮게 책정하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군 지역은 공공배달앱 의존도 높아

도심보다 농어촌 지역일수록 공공배달앱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자체의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앱 ‘먹깨비’에 따르면 일부 군 지역에서 먹깨비가 배달의민족 가맹점 점유율을 압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천군의 경우 음식업 사업자 수(764곳) 중 배달의민족 가맹점 수는 17곳에 불과했다. 반면 먹깨비 가맹점 수는 170곳으로 조사돼 배달의민족 대비 먹깨비 가맹점 비율이 100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전라남도 강진군과 진도군,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먹깨비 가맹점 비율이 161~535%까지 높았다.

먹깨비와 국내 배달대행사가 자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경북도 먹깨비 활성화율은 고령(90%), 영양(90%), 의성(80%), 영덕(70%), 울진(60%) 순이었다. 대형 배달앱보다 공공배달앱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반증이다. 울진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 씨는 “민간배달앱과 먹깨비가 골고루 들어왔다”며 “지역민들은 먹깨비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담을 수 없는 공공성이 강점”

공공배달앱이 공공성을 기반으로 음식배달을 넘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전통시장 장보기 △택시 호출 △결식우려 아동 급식지원 △정기구독 서비스 △지역 맛집 밀키트 판매 등이다.

대구시는 공공배달앱 ‘대구로’에 ‘대구로택시’ 기능을 추가해 운영하고 있다. 시는 2022년 12월 플랫폼 업체의 독점으로 지역 택시호출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구로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공배달 서비스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구로택시 가입 차량은 전체 운행차량(1만3456대)의 93.5%에 해당하는 1만2656대다. 총 호출 건수(누적)는 431만8266건에 달한다.

공공성도 잡았다. 대구시는 대면결제만 가능했던 결식아동급식카드를 대구로와 연계해 비대면 주문이 가능하게 했다. 대구로에서 ‘아동급식’ 표기가 있는 가게에 주문하면 아동급식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배달비는 시가 지원해 아동들의 부담을 덜었다. 그간 편의점을 주로 이용했던 아이들이 배달로 다양한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 서비스는 2022년 ‘제40회 지역정보와 연구과제 발표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구로는 이 밖에도 △온누리상품권과 연계한 전통시장 장보기 △대리운전 △꽃배달 △병의원/약국 정보 제공 △시내버스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구로는 시장을 독점한 민간배달앱의 횡포에 맞서 영세 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실현하고 있다”며 “음식 배달에 그치지 않고 택시호출, 대리운전 서비스 적용 등 꾸준히 서비스를 확대해 시민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시는 공공배달앱 ‘전주맛배달’에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전주구독’은 식품군뿐만 아니라 무형 상품에 대한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과 꽃, 공연, 미용 등 다양하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온 온라인 쇼핑몰이다. 시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상공인 등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지속가능성 담보 필요…“전국적인 공공배달앱 개발도 방법”

공공배달앱이 민간배달앱의 ‘견제구’가 되기 위해선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모두 찾는 요인을 제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공공배달앱의 할인 혜택을 알리고 배달비 할인과 같은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충전 시 금액의 일부를 추가 지급하는 지역화폐 결제 지원과 같은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이다.

소상공인과의 상생만이 아닌 소비자가 체감 가능한 이점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경기 평택시에서 베트남음식점을 운영하는 한연정 씨는 “코로나 시기엔 공공배달앱을 통해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지역화폐를 사용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민간배달플랫폼과의 차별화를 한다면 많은 손님들이 이용하고 가맹업체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간배달앱과 공공배달앱 대구로를 모두 이용했다는 김진아 씨는 “음식 할인 쿠폰은 타 업체에서도 많이 제공하니 배달비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면 공공배달앱을 많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음식배달 외에도 대구로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홍보도 다각도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관 협력형 모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장을 선점한 대형배달앱과 경쟁하기 위해선 흩어져 있는 공공배달앱을 통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배달앱 기업 먹깨비는 전국 12개 지역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2023년 7월 배달서비스 ‘땡겨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지역화폐 결제시스템을 ‘땡겨요’와 ‘먹깨비’에서 사용토록 허락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뉴에듀케이션칼리지 원장(한국유통학회 고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공공배달앱에 모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배달앱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보장될 만한 정책적 약속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간 연합을 통해 전국적인 공공배달앱이 구축된다면 장기적 투자가 보장되고 정부의 지원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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