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5)씨는 3교대 근무로 휴무일이 규칙적이지 않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말마다 서울 여의도·광화문 등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집회 현장 인근에 설치된 교통용 폐쇄회로(CC)TV가 송출하는 실시간 영상을 보는 식의 ‘랜선 집회’를 통해서다. 김씨는 “날이 상당히 춥기도 하고 출근을 해야 해서 오프라인 집회에 나가지 못했지만,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CCTV나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집회 대신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종합교통정보 실시간 CCTV 영상 등을 이용한 온라인 집회·시위 참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교통정보를 확인하는 CCTV가 집회 참가자들 동선에 따라 제자리에서 상하좌우로 회전하며 현장 상황을 중계해주기 때문이다. 이들은 CCTV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유하며 실시간 현장 상황을 온라인으로 쫓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상경 시위 때도 시위대의 이동 경로를 따라 남태령고개·한강진역·사당역 등 인근 CCTV 화면이 SNS에서 활발히 공유됐다. X(옛 트위터) 사용자 A씨는 시위대를 따라가며 10분 단위로 CCTV 영상을 캡처해 업로드했다. 경찰이 남태령 인근에서 차벽을 만들어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시위대를 막아설 때는 “한남로 쪽에 경찰 버스가 차선을 통제하는 게 보인다”며 관련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이들도 “생업 때문에 현장에는 못 가지만 이렇게나마 응원한다” “동작대교로 향하는 트랙터들과 시민들 멋지다” 등 응원 댓글을 달았다. 한 네티즌은 X에 “고정돼 있던 CCTV가 트랙터 행진을 따라 잘 보이게 방향을 틀고 심지어 확대까지 해줬다”며 “함께 응원하는 것 같다. 감동이다”고 썼다.
온라인에서도 CCTV를 이용한 맞불집회 양상이 보인다. 상공 사진을 통해 탄핵 찬반 집회에 참여한 인원을 추산하는 등 갈라진 광화문 광장의 대결 구도를 그대로 가져온 분위기다. 전북 익산에 사는 최모(30)씨는 지난 21일 ‘스레드’에 광화문 인근 CCTV를 담은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탄핵을) 반대하는 쪽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던 집회 현장”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올린 영상엔 광화문 광장 기준 북쪽에서 열린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집회와 반대편 남쪽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집회 모습이 번갈아가며 담겨 있었다. 블로그 등엔 실시간 CCTV 보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집회의 뜻엔 동의하지만, 현실적 여건상 못 가는 이들이 인터넷상으로나마 동참하는 모습”이라며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정치적 의사도 자연스럽게 온라인에 표출하면서 기술 발전에 따라 집회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