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오는 12일부터 기존 관세 면제를 받아온 한국 등 국가까지 예외없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철강업계가 수출 물량 밀어내기에 총력전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선박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세 부과 전 수출 제품을 최대한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이후 업계에선 수출 예정돼 있던 물량들이 12일 전 현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 앞당기기에 분주했다” 면서 "현지 생산 공장이 있는 업체가 드물어 일단 물량을 많이 밀어넣어 놓는 게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서부 기준으로 물량이 도착하려면 통상 2주 정도 걸린다" 며 "다른 지역으로 가는 주문을 후순위로 돌리고 미국향 제품을 우선 생산해 납기를 당겼다"고 전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철강은 연간 263만 톤 수준이다. 지난해 수출량 기준으로 강관이 109만 톤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열연강판(50만 톤), 중후판(18만8000톤), 컬러강판(15만 톤) 순이었다. 강관은 세아제강과 휴스틸(005010)이, 열연강판·후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이 각각 주력으로 생산한다. 업체들은 지난달 미국 최대 출하를 목표로 생산과 배송 작업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부과는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업계는 정부의 통상 협상에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관세 부과 이틀이 남은 지금도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세아제강은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관세에 대응할 방침이지만 포스코를 비롯한 나머지 기업들은 현지 생산 시설이 없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의 철강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 철강 업체들은 관세 부과에 맞춰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원자재 분석기관 CRU에 따르면 2월 넷째주 미국에서 유통되는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998달러(메트릭 톤 기준·약 144만 원)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 셋째주(757달러) 대비 약 32% 상승했다.
관세(25%)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열연 유통가는 82만 원 수준인데 물류비와 관세를 더하면 130만 원 수준에서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