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그레이' 세대의 등장과 소비 변화

2025-01-20

2025년 을사년 새해가 열렸다. 을사년은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뱀의 해이다. 뱀은 허물을 벗고 성장하기 때문에 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 되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된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이전에 '뉴그레이'(New Gray) 시대도 이미 같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뉴그레이는 전통적인 노년층 이미지를 벗어나 활기차고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신 중년층을 의미한다. 이들은 기존의 고령자와 다른 특성들을 보이면서 많은 산업들에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의 고령자들은 60대 이후를 인생의 황혼기라고 보았다면, 뉴그레이들은 60대 이후를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보는 경향이 높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경제력 때문이다. 과거 60대들이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식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면 지금의 60대, 70대 층은 자식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 가치관 역시 현재의 고령자들은 60대 이후를 새로운 청춘이라고 보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뉴그레이들은 실제 자신의 나이보다도 5~10년은 젊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뉴그레이들의 성향이 삶을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그레이들은 과소비를 하지 않지만 사용할 때는 확실하게 소비한다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레저관도 뚜렷하다. 뉴그레이들은 일 이외의 여가에 큰 가치를 둔다. 자유 여행을 하고, 가까운 지인들끼리 주기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여가 생활과 취미 생활에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나아가 이들 뉴그레이는 기존의 고령자들과 달리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비를 하는 계층이다.

국내 한 빅데이터 연구 발표에 따르면 뉴그레이가 온라인 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분야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배달앱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50대가 70% 이상, 60대가 65%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뉴그레이가 이전의 고령자들과 다른 소비 패턴, 라이프 스타일 패턴을 보임에 따라 금융권들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영역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이러한 뉴그레이들의 등장에 따른 사업방향으로 다음 3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고령자 특화 브랜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은퇴자들이 은퇴 이후에 어떤 기관을 가장 먼저 접촉해야 할지 그 대상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데, 고령자 마케팅을 위해 은퇴 이후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 특화 구축을 위해 실버타운, 고령자요양서비스 관련 비즈니스를 시작으로 이후 점차적으로 사업범위를 넓혀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고령자 플랫폼 사업자 전략을 추진한다. 단순히 금융상품 등만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고령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령자 플랫폼 사업자로 발전하는 것이다. 고령자와 관련된 사업 후보군으로는 금융(보험), 돌봄서비스(실버타운 등), 노후 자산관리(신탁, 주택연금 등), 웰빙사업(건강, 여행 등) 등이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부동산, 세무, 자산관리, 건강, 여행 등의 분야에서 고령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고령자 특화 전문 인력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고령자와 관련된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고령자 특화 상담인 자격증을 부여하는 인증제도 도입도 고령자 고객의 서비스 제공의 하나로 검토해 볼 수 있겠다. 이 밖에도 후속 조치로서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고령자 특화 전문 인력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

2050년 전 세계 인구 가운데 60세 이상 인구가 2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자 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고령자 세대인 실버세대를 겨냥한 실버 이코노미 시장은 나날이 성장해 갈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실버 이코노미 시장은 2020년 73조원에서 2030년까지 168조원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전망이다. 현재의 고령자는 과거 우리가 생각했듯이 수동적이고 안정만을 추구하는 세대가 아닐 수 있다. 성장하는 실버 이코노미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뉴그레이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들이 날로 더 커져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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