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장례식장. 전날 일어난 열차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직원 이모(37)씨와 조모(30)씨의 빈소가 마련된 곳이다.
전날 밤까지 빈소가 차려지지 않았던 조씨도 새벽 사이 빈소가 마련돼 유가족들이 조문객을 맞고 있었다. 열차 사고가 난 이후 희생자 검안과 의사의 사망 확인, 검찰 지휘를 통해 최종 사망 보고로 이어지는 절차가 늦어지면서 빈소도 뒤늦게 차려졌다.
침울하게 가라앉은 희생자 빈소
앞서 19일 오전 10시52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선로 작업자 7명이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역에서 약 2.5㎞ 떨어진 비탈면 선로 근처에서 구조물 안전진단 작업을 위해 도보로 이동하다 사고를 당했다.

두 희생자의 빈소는 마주보는 위치였다. 전날 밤 유가족들의 울음 소리로 가득했던 빈소는 조금 잠잠해진 상태였지만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숨진 직원 2명이 모두 30대의 젊은 나이여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유족들의 충격도 그만큼 컸다.
조씨의 부친은 “아들이 전셋집을 마련해 오는 토요일에 입주를 할 참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뭐가 뭔지 모르겠다. 진짜 죽겠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숨진 조씨는 올해 하청업체에 입사한 신입이었다고 한다.
이어 조씨의 부친은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사고 발생 약 4시간 만인) 오후 2시30분에서 3시 사이쯤 연락을 받고 알게 됐다”며 “항상 어디 선로 작업을 나가면 (관계 기관에서) 다 알지 않나. 몇 시에 어디서 작업을 한다고 알고 있을 텐데”라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하다가 어떻게 사람이 죽나”
다른 희생자인 이씨의 모친은 큰 충격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씨의 모친은 “지금까지 엄마 말을 한 번도 거역하지 않은 착한 아들이었다”며 “절대 이대로는 못 보낸다. 억울하다”며 오열했다. 그러면서 “일하다가 어떻게 사람이 죽을 수 있는지 원통하다”며 “뭐 이런 직장이 다 있느냐”고 했다.
이씨의 부친 역시 하나뿐인 외동아들을 갑자기 떠나보내 허망한 표정이었다. 그는 “그냥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고 했다.
전날 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와 김하수 청도군수,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 지자체 단체장,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 진상 조사와 재발 방치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유족들은 우려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씨의 가까운 친척인 한 유족은 여당 지도부를 향해 “이렇게 찾아와 얼굴만 비추고 떠나버리고 나면 끝인 것 아니냐. 어떤 후속 조치를 해줄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정 대표는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공무원을 배치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경찰, 다각적 원인 규명 나서
한편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려 이번 열차 사고에 대한 다각적인 원인 규명에 나섰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형사기동대·과학수사계 등 34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전담팀은 20일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TV(CCTV)와 사고 열차인 무궁화호 내부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는 경북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가 주관하는 합동 감식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코레일에 대해서도 시설 안전 점검 작업 계획서를 확보해 사고 당시 현장에서 안전 대책이 적용됐는지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근로자들도 치료가 마무리 되는 대로 진술을 듣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사고에 대한 15명의 수사전담팀을 구성,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엄정히 수사하고 특별근로감독도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