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니매, 기준 미달 보험·긴급 보수 대상 목록 운영
등재되면 모기지 대출 승인 어려워져 거래 힘들어
대출기관이 패니매에 모기지 판매한 경우만 해당
가치 폭락 초래…보험업계 반발·요건 완화 압박나서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매가 전국의 콘도 5200여채에 대한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패니매가 최근 전국의 콘도를 대거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면서 콘도 소유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리스트란 패니매가 관리하는 콘도 목록으로 패니매가 제시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보험을 보유하거나 긴급한 건물 보수가 필요한 단지를 포함한다.
올해 3월 기준 패니매의 블랙리스트에는 총 5175채의 콘도가 올라 있다. 로펌 올콕앤마커스의 스티븐 마커스 변호사에 따르면 2021년 이전에는 수백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패니매가 보험 요건을 강화하면서 많은 콘도가 추가됐다.
특히 가주처럼 자연재해 피해가 큰 지역은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서 보장 범위를 축소한 보험을 들게 되는데 이는 패니매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콘도가 가장 많은 주는 플로리다로 1398채에 달했다. 가주도 695채의 콘도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패니매는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대출을 하지 않지만, 대출기관이 진행한 모기지를 사들여 채권으로 가공한 뒤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패니매의 기준을 충족하는 대출은 더 낮은 금리와 더 적은 페이먼트 등 금융 혜택이 크다.
문제는 패니매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모기지를 승인 받기 어려워 주택 판매가 극도로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주택 구매자들이 현찰로 지불하지 않는 한 모기지는 필수다.
대표적인 예가 가주 벤투라 카운티에 위치한 섀도릿지 콤플렉스다. 콘도와 타운하우스 440유닛이 자리 잡고 있는 섀도릿지는 지난해 12월 단지 전체가 통합 보험을 들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부동산 에이전트 폴 갱기는 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섀도릿지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대출이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성사 직전이었던 거래가 실패로 돌아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섀도릿지의 입주자 협회 측은 패니매의 기준을 충족하는 보험을 가입하려면 지금보다 10배가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 이사 중 한 명인 김진아 씨는 “산불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뒤부터 합리적인 비용을 내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며 섀도릿지의 주택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콘도는 가치가 폭락하기도 한다. 댈러스의 로버트 센존은 본인 소유 콘도가 블랙리스트에 등재됐단 사실을 모른 채 매매를 진행하려 했다. 구매자가 대출을 받기 힘들어서 거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23만9000달러였던 호가를 17만 달러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30%에 가까운 자산 가치가 날아간 것이다.
패니매 측은 대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주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 없다며 데이터베이스 운영은 모기지 대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대상이 급증하면서 보험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미상호보험사협회(NAMIC)의 지미 그란데 수석 부사장은 “패니매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보고 이러면 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블랙리스트를 강하게 비판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보험업계는 패니매의 정부감독기관인 연방주택금융청(FHFA)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며 보험 요건을 완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