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Rwanda’ 스폰서십, 관광 마케팅인가 스포츠워싱인가 논란
유럽 축구 팬 강력 반발…르완다는 북미 스포츠로 노출 경로 다변화

아스널,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PSG) 등 유럽 축구 인기 구단들 유니폼에는 수년간 ‘르완다 방문(Visit Rwanda)’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겉으로는 자국 관광 홍보를 위한 국가 마케팅 협업이었지만, 이면에서는 인권 침해와 무력 분쟁 등을 스포츠로 희석하려 한다는, 이른바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스널은 최근 계약을 끝내기로 했고, 바이에른과 PSG 역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다.
‘Visit Rwanda’는 르완다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관광 홍보 문구다. 2000년 폴 카가메 대통령 집권 이후 르완다는 관광 산업을 국가 성장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르완다개발위원회(RDB)에 따르면, 관광 산업 규모는 2006년 약 3500만달러(약 515억원)에서 2023년 6억2000만달러(약 9118억원)로 성장했다. 르완다는 아스널, PSG,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명문 구단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널과의 계약은 연간 약 1000만파운드(약 196억원) 규모로 남녀 팀 유니폼 소매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광고판에 ‘Visit Rwanda’가 노출됐다.
르완다는 동아프리카에 있는 내륙 국가로, 2000년대 이후 강력한 국가 주도 개혁을 통해 정치적 안정과 빠른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왔다. 수도이자 국가 행정·경제·외교의 중심지인 키갈리를 중심으로 한 도시 정비와 디지털 행정, 치안 안정은 아프리카 내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국가 운영 사례로 언급된다. 반면 콩고민주공화국(DRC) 동부 분쟁 개입 의혹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르완다의 콩고 분쟁 개입에 국제사회서 경고
르완다 정부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 M23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유엔은 2022년 이후 여러 보고서를 통해 르완다군이 사실상 M23을 통제하고 있으며, 민간인 학살, 성폭력, 강제실종 등에 관여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유엔은 르완다에 “M23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DRC 영토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르완다 정부는 모든 군사·재정 지원 의혹을 부인하며, 자국 안보와 국경 방어 차원의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졌다. 영국 등 일부 서방 국가는 원조를 중단하거나 재검토했고, 르완다는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르완다는 경제 성장과 국제적 존재감 확대라는 성과와 인권·분쟁 책임 논란이라는 외교적 리스크가 동시에 교차하는 국면에 놓여 있는 셈이다.
아스널 팬 단체 ‘Gunners For Peace’는 홈구장 인근에 ‘Visit Tottenham’ 광고판을 설치하며 항의했다. 라이벌 구단 이름을 일부러 내건 이 캠페인은 “르완다보다 토트넘이 낫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아스널 서포터즈 트러스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90%가 “계약 종료 후 재연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PSG 팬들은 ‘Stop Visit Rwanda’ 청원에 7만5000명 이상이 서명했고, 바이에른 팬들 역시 경기장에서 “무관심은 클럽 가치를 배신하는 것”이라는 현수막을 펼쳤다.
아스널은 계약 종료를 택했다. 아스널은 2026-2027시즌부터 글로벌 급여·인사 관리 플랫폼 ‘딜(Deel)’을 새 유니폼 소매 스폰서로 선정해 기존 ‘Visit Rwanda’ 후원을 대체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절충적인 선택을 했다. 기존 상업 스폰서십을 종료하고, 키갈리에 있는 유소년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개발 파트너십’으로 전환했다. 독일과 영국 언론은 ‘완전한 결별은 아니지만, 브랜드 노출과 상업성을 최소화한 사실상 후퇴’로 해석하고 있다. PSG는 아직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PSG는 “청소년 스포츠 교육과 지속가능한 관광이 목적”이라며 르완다 내 무료 유소년 아카데미 운영과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스포츠, 국제 정치 및 윤리 시험대에 올라
키갈리에서 만난 아스널 서포터들은 다른 감정을 드러낸다. 회원 약 1000명을 둔 ‘르완다 아스널 서포터즈 클럽’은 아스널과의 파트너십을 “국가적 자부심”으로 받아들인다. 한 팬은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팀이 르완다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키갈리 시내 바와 레스토랑에서는 아스널 경기를 단체로 시청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유니폼은 정치적 상징보다 ‘세계 무대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소비된다. 공식 유니폼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가짜 유니폼을 입고 응원에 나서는 팬들의 모습은 유럽 축구단과의 파트너십이 르완다 축구 팬 정체성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아스널과 르완다 결별을 둘러싼 해석 역시 간단하지 않다. RDB는 계약 종료가 팬 시위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폴 카가메 대통령은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요구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결별이 단순한 ‘윤리적 후퇴’가 아니라 르완다 정부의 글로벌 홍보 전략이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대목이다.
르완다는 미국프로풋볼(NFL) LA 램스,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와 새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스널 구단주인 스탠 크뢴케는 LA 램스와 LA 클리퍼스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르완다는 아스널과의 관계 종료 이후에도 이들 북미 프로스포츠 구단과 새 계약을 체결하며 노출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르완다는 2029년 포뮬러원(F1) 그랑프리 개최를 목표로 국제자동차연맹(FIA)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F1 대회는 199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이알라미 그랑프리다. 르완다 정부는 F1 개최가 글로벌 기업과 고액 자산가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돼 관광과 스포츠 비즈니스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Visit Rwanda’는 앞으로도 글로벌 스포츠 무대에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Visit Rwanda’ 논란은 현대 스포츠가 국제 정치 및 윤리 시험대에 올라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MLS] '악동' 수아레스, 메시와 1년 더…마이애미와 계약 연장](https://img.newspim.com/news/2025/12/18/2512181126071150_w.jpg)
![[스포츠톡 12월 18일] 대권 노리는 두산, 플렉센 재영입... 잭로그는 재계약](https://img.newspim.com/news/2025/12/18/251218151142087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