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미디어] 취업은 어렵습니다

2024-11-07

현재 근무하는 곳에서 나를 표현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는 ‘취업 상담’이다. 취업 지원 전문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상담사님들에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수강생의 기존 스펙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취업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현재 200명 가까이 되는 수강생의 ‘간단한’ 취업 상담을 진행했고, 짧은 시간 최고효율을 낼 수 있는 상담을 위해 지역 취업 동향과 각종 구인 사이트를 개인 SNS 드나들 듯 확인하고 있다.

취업 상담에 투입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취업준비생 이력이 한몫했다. 기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구하면서 취업 준비 기간이 제법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회사에 나이 많은 신입직원은 기피 대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노선으로 취업 준비를 했다. 결국, 마지막엔 자격증 수집가이자 자기소개서는 몇 시간이면 완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라고 하지 않는가, 고통스러운 취업 준비 기간을 이렇게 잘 활용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신기하게도 직업훈련 학원은 이맘때쯤이면 등록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그들의 세세한 사정은 다를 테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취득해 ‘올해’ 안에 취업하고 말겠다는 경우와 취업 준비에 지쳐 학원 등록을 결심한 경우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의 경우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후자는 발등에 남은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초과 스펙인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9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전년동월대비 5.9% 감소, 9월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0.5%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실업률이 조금 해소된 것 같으나 같은 달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울산 고용 동향은 실업률이 전년동월대비 0.6%p 상승해 3.6%가 되며 8개월간 실업률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까운 부산의 실업률이 2.2%, 경남지역이 1.9%임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실업률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가장 크게 와닿고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으로 ‘일자리 부족’을 손에 꼽을 수 있다. 통합고용서비스 포털인 고용24(www.work24.go.kr)에서 경영·사무·금융·보험 직종으로 채용 정보를 검색했을 때 울산은 현재 455건의 구인 정보가 나온다. 부산이 1478건 대구는 766건임을 고려한다면, 구직자로선 치열한 경쟁률에 낙망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없다며 볼멘소리하던 구직자 수강생들은 이내 “제가 뭘 더 해야 할까요?”라 되묻는다. 마음이 좋지 않다. 사무직의 기본 자격증은 갖추었지만, 취업은 어렵고 뭔가 더 하게 되었다가 공백기가 길어지면 취업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자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와 비슷하게 알고 있기에 상담은 한층 무거워진다. 대화의 마무리는 질문자의 후회로 끝난다. ‘미리 해 놓을 걸 그랬어요.’

들으면 나태하고 게으른 이들의 참회 같지만, 그들은 이미 전 직장을 7, 8년 이상 근속한 이들이거나 관련 전공으로 쉼 없이 공부해 온 학생들이다. 이미 충분히 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취업에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적용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지만,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취업이 미뤄지는 것을 보면 그 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적고, 취업 경쟁이 치열할수록 운의 영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노력한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인정받기 위해 취업 정책 등의 공적 영역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면접과 자기소개서 작성 방식은 ‘열심’을 지양하고 ‘성실’을 식상하게 여기는 추세다. 기업 역시 취업준비생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개개인의 인간 됨됨이를 수치화된 성과로 확인하는 것이다. 자격증 개수가 그 성과를 표현하는 데 부족하다면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 ‘성취’와 ‘성과’를 표현해야 할까? 어디까지의 노력이 수치화로 포함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이며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학 졸업반 시절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프랑스 철학자인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격언을 되뇌곤 했다. 취업 준비 중인 많은 이들의 지금, 이 순간이 동트기 전 새벽이라 여기며 일출을 기다리는 낙관적인 취업 준비 기간이 되길. 세대와 시대를 막론하고 취업은 언제나 어렵다는 상투적인 위로를 건네며, 울산시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취업 지원 정책을 확인하기 위해 울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 홈페이지 방문을 추천해 드린다.

조은진 청년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