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스웨덴 정치···안나 카린 핫이 떠난 자리

2025-10-16

“그것은 사람의 피부밑으로 스며듭니다.”

안나-카린 핫(52) 스웨덴 중도당 대표가 15일(현지시간) 자진 사퇴를 밝혔다. 취임 5개월여만이다. 이유는 증오와 협박이었다.

핫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증오와 위협이 피부에 달라붙을 정도였다며 “늘 누가 따라오는지 뒤돌아봐야 했고, 집에서조차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떤 공격을 받을지, 그것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이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와 체념이 묻어 있었다”고 전했다.

협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 개인적이고 가까운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직접적인 증오와 위협, 그리고 거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내린 종합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핫은 스웨덴 정계의 베테랑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디지털개발장관과 에너지 장관을 연이어 지냈고, 이후 서비스산업사용자단체(Almega) 최고경영자(CEO)와 스웨덴농민연맹 CEO를 역임했다.

그는 전임 대표인 안니에 뢰프가 극우 세력의 괴롭힘과 살해 협박에 시달려온 사실을 알고 대표직에 올랐다. 그는 “나 역시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 규모와 영향력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뢰프는 2022년 총선 이후 “선거운동 중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하며 사퇴했다. 그는 한때 네오나치 단체가 자신을 희화화한 ‘마지막 만찬’ 영상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스웨덴 정치에서 증오 발언과 협박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 정치인들이 조직적인 온라인 괴롭힘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표적의 한가운데엔 중도당이 있었다. 중도당은 2022년 총선에서 6.7%를 득표했다. 핫 대표는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SD)과의 협력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SD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핫 대표와 뢰프를 조롱했고 ‘샤리아 안니에’라고 부르며 공격을 이어왔다. 이는 뢰프가 난민과 인권 문제에서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동조하는 것처럼 뒤틀어 만든 혐오 표현이다. 극우 세력의 공격에 시달려온 중도당의 카린 에른룬드 사무총장은 “핫 대표의 사퇴는 당과 스웨덴 정치 전체에 무거운 소식”이라며 오는 11월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1986년 올로프 팔메 총리의 암살과 2003년 안나 린드 외무장관이 피살 등 정치적 폭력의 상흔을 안고 있다. 2022년 조사에서는 국회의원 셋 중 한 명이 협박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여성 정치인이 특히 취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수 성향의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도 16일 핫 대표의 사퇴를 “증오와 협박을 호소하며 정계를 떠나는 여성 정치인들의 최근 사례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사회민주당 소속 여성 정치인 안니카 스트란드헬의 말을 인용해 “그런 상황 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은 극심한 피로를 낳는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인의 안전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정치를 적대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고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실패이자 경고”라며 정치권 전체의 성찰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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