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건 ‘디자인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론을 찾아 나가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6일 미래 인재상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미래인재 콘퍼런스’에서다.
재단 이사장인 최 회장은 이날 ‘인재의 숲에서 인류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린 토크 세션의 패널로 참여했다.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이석재 서울대 교수,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김정은 메릴랜드대 교수,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등과 미래 인재상에 대해 논의했다.
세션의 좌장을 맡은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20세기에는 지식 하나만 뛰어나면 성공한 인재라고 봤다면, 21세기에는 다른 형태로 인재상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인재의 요건으로 지식·지혜·지성 등 3가지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인재라고 생각했다”라며 “10~20년 후에는 민주주의·자본주의 등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빠른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중요한 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74년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기업명이나 설립자 아호를 재단 명칭에 넣지 않았다. 인재 양성이라는 과제에 충실하겠다는 취지였다. 설립 이후 50년간 952명의 박사 학위자를 배출했고, 5000명이 넘는 인재를 지원했다.
최 회장은 인재 육성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종현 선대회장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무조건 공부를 더 잘하는 사람을 뽑아 미국 등으로 유학 보내며 지원했다”며 “앞으로는 대학의 획일적인 교육이나 박사 학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재단은 시험을 봐서 장학생을 뽑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인터뷰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스스로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가치관·끈기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뽑아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인 김정은 교수는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문해력과 기술 숙련 등이 많이 꼽히지만 동시에 감성 지능, 협동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 해결능력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과 재단 장학생들은 콘퍼런스가 끝난 뒤 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AI로 복원된 최종현 선대회장을 영상으로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기념식에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