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의 신나는 한국말 배우기

2024-11-2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 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작은 도시 ‘샬롯’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김미영 선생님이 보내온 것입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자긍심으로 미국인들에게 가르치고 계시는 김미영 선생님께 크게 손뼉을 쳐 드립니다.(편집자말)

누가 와서 제게 “살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우리말(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경영하는 곳에서는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말입니다. 우리말을 가르치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감을 합니다. 약 2017년 정도까지만 해도 미국 사람들이 가장 자발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말이 일본어였습니다. 그리고 2017년부터 조금씩 조짐이 바뀌기 시작했지요. 지금은 당연히 우리말, 한국어입니다. 제 공간에서 일본어도 가르쳤기에 그 변화를 100%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가요, 드라마를 본 여자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주로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성별도 나이도 그 이유들도 다양합니다. 물론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제가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만 가장 기쁜 순간들은 우리 학생들이 한국으로 우리말을 배우러 유학을 갈 때입니다. 또한 직장을 얻어 가는 경우에도 우리나라를 방문하러 갈 때도 참 기쁩니다.

보통 1년 공부 계획을 세워 나가는데 대부분 그 계획보다는 오래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6~7년이 넘게 눌러앉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참 신기하고 기이한 것이 우리 공간에 우리말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정말 착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보는 일반적인 개인주의 성향이 거의 없고 다들 착한 사람들 같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모아 놓아도 그렇게 못할 것입니다. 모든 학생이 제게는 제 살과 피 같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제게 준 그 소중하고 기억과 보람은 글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가장 나이가 어린 우리 마이클, 한국 이름, 이홍익 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마이클은 만 8살입니다. 시작은 우리말과는 전혀 상관없는 피아노로 했고 지금은 피아노와 우리말을 같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왜 그렇게 우리말을 좋아하는지 저도 모릅니다. 한국과의 연고는 저 빼고는 사돈의 팔촌을 뒤져봐도 없습니다.

2년 전에 다른 주로 이사를 가는 즘에서 우리말에 관심을 보이더니 지금은 이사 간 그곳에서 영상으로 배웁니다. 물론 영상으로 배우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지만 마이클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마이클의 한국 이름은 이홍익입니다.

이홍익 - 이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뜻입니다.

맞습니다. 홍익인간의 개념입니다. 마이클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만큼 머리가 좋습니다. 가르치는 저로서는 확실히 느낍니다. 그래서 그 재능과 두뇌를 낭비하지 말고 잘 쓰라는 의미로 지어준 이름입니다. 예전에는 제 성을 따서 “김”을 넣어 이름을 지었었습니다. 네, 무슨 사이비 종교같죠? 하지만 학생들의 상황, 개성, 미래가 다르니 제 성만 고집하는 것이 무리가 되었습니다.

홍익이 수업은 매주 월요일 오후입니다. 홍익이는 항상 저를 보자마자 낱말 카드에서 혼자 공부한 말들을 외웁니다. 요즘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마이클입니다. 말씀하세요”라고 아주 공손하게 말합니다. 일주일에 겨우 30분 하는 우리말 수업, 그래도 최소한 기본적인 숫자, 날짜, 요일 등은 다 압니다.

쓰기가 아직은 혼동이 되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최선을 다해 씁니다. 제가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를 보내주면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한번은 부채가 있었습니다. 그 접는 부채가 쉽게 펴지지 않아서 정말 밤낮으로 연습했습니다. 수업 때마다 좀 나아졌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정말 눈물겨운 부채 펴기 싸움이었습니다. 아마 소리까지 내며 쉽게 부채를 쉽게 펴는 제가 마이클 눈에는 마법사로 보였나 봅니다.

가끔 홍익이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학생이 딱 한 명인 자신 밖에 없다며 의아해합니다. 왜 다른 아이들은 배우지 않냐고 제게 묻습니다. 그럼 저는 “홍익아, 너는 너의 학교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하니 아주 특별한 거야!” 하면서 한국의 어떤 나라인지 다시 설명해 주곤 합니다.

제가 우리말을 가르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애나 어른이나 모두 우리의 사랑스러운 동요를

가르칩니다. 그렇게 좋은 우리말 고운말들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이 우리의 동요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이면 동물, 사람이면 사람, 곤충이면 곤충, 정말 말만 하면 어떤 주제건 다 있는 우리 동요입니다. 지금까지 마이클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는 “곰 세 마리”입니다. 그리고 지금 다른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동요는 “꼬부랑 할머니”입니다. 다들 정말 그 노래를 목 놓아 부르고 있습니다.

홍익의 부모님이나 홍익이는 저를 만난 것이 천운이라고 하지만, 제가 할 말입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말을 배우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마이클입니다. 제가 이 아이에게 추가 수업을 하겠다면 하면 아니는 정말 좋아 죽습니다.

이러는 학생, 정말 보기 드물지 않습니까? 홍익이 부모님께서는 홍익이가 우리말을 배우는 것에 최선을 다해 도와주십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 부모님께서 미래를 보시는 눈이 있으신 것이죠.

저는 우리 학생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하고는 아무 연고도 없는 학생들도 이렇게 열심히 배우는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말과 글에 대해 좀 더 깊은 사랑을 보여주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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