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엔 수학 필요 없다고? 계산기 있다고 덧셈 안 했나

2025-01-02

팩플

“계산기가 있는데, 왜 우린 여전히 10세 아이에게 덧셈과 곱셈을 가르칠까?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라비 바킬 미 스탠퍼드대 수학과 교수에게 “AI 시대에도 수학교육을 시켜야 하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바킬 교수는 고등학생 시절 캐나다 대표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출전해 금메달 2개(1987·1988년), 은메달 1개(1986년)를 받은 전설적인 ‘수학 영재’다. 미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수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 초등·중학교 학생에게 수학·과학을 가르치는 ‘푸르프 스쿨(Proof School)’을 2015년 만들기도 했다. 다음 달엔 미국 수학회(AMS) 회장으로 취임한다.

천재 수학자는 생성AI가 대중화한 시대, 수학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프롬프트 몇 줄을 입력하면 복잡한 수식도 AI가 뚝딱 풀어내는 상황에서 수학은 계속 배워야 할 학문일까. 안 그래도 디지털 기기 중독 문제가 심각한데, 연필과 지우개 대신 태블릿 PC로 수학을 배우는 요즘 교육현장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볼까? 팩플은 지난달 18일 학회 참석차 방한한 바킬 교수를 서울 동대문구 KAIST 부설 고등과학원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수학은 산수를 하려고 배우는 게 아니다”며 “본질은 인간의 지적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에는 대수기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히라쿠 나카지마(도쿄대 카블리 우주물리학 및 수학연구소 교수) 국제수학연맹 회장도 함께 참여했다. 국제수학연맹은 2022년 한국계 미국인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상한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을 주관하는 단체다.

1. AI는 정답 있는 문제만 푼다

AI가 대중화한 요즘 시대, 수학 배워야 하나.

라비 바킬 교수(이하 바킬)=AI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순 있지만 수학을 연구하는 건 힘들다. (수학 연구는) 본질적인 인간의 지적 활동이다. AI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AI가 학교에서 학생 정도의 수학적 사고를 할 순 있겠다. 그러나 수학은 산수를 하려고 배우는 게 아니다.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게 목적이다. 수학으로 사고력을 키우면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런 사고력을 키우지 않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AI 기술이 발전해도 수학적 사고가 필요할까.

바킬=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과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를 봐라.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진 건 (기술과 연관된) 교육에 막대하게 투자한 덕분이다. 나는 오히려 (AI 등) 기술 발전이 기초연구의 발달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 단순 교육만 받고 더 이상 기초 연구를 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히라쿠 나카지마 교수(이하 나카지마)=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수학의 이미지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아시아 문화에서 이런 경향성이 강하다. 여기서 수학 문제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AI는 그런 문제를 푸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그러나 수학자가 푸는 문제의 대부분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문제다. AI는 ‘정답이 내려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

디지털 기기 활용 수학교육은 어떻게 보나.

바킬=사실 꽤 복잡한 문제다. 연필과 종이를 활용해 글을 쓸 때 촉각은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도 가끔 아이패드에 필기하는데,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경험이다. 1500년대와 같은 방식으로 뭔가를 배우자는 게 아니다. 다만 학생이 수업 중 노트북 같은 디지털 기기를 학습에 활용하게 되면 소셜미디어(SNS) 접속 등 집중력이 분산되는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장점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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