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초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왜?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 주석 입장에선 폼이 나질 않는다. 만일 참석한다면 취임식 이전에 미국에 도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아직은 미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 마중 나올 리 없다. 설사 트럼프가 공항에 나온다 해도 취임 전이어서 미국의 일개 시민이 중국 지도자를 맞는 형국이 돼 모양새가 빠진다.
취임식 날 풍경은 시 주석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날의 주인공은 트럼프여서 모든 카메라 앵글이 그에게 맞춰진 상황이니 시 주석은 트럼프를 빛내 주는 장식용 병풍 역할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조기 물결 속에 중국의 오성홍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가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장면을 무신론의 시진핑은 또 어떻게 지켜봐야 하나.
게다가 트럼프가 취임 연설에서 행여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기라도 한다면 14억 중국인은 시 주석에게 왜 거기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래저래 따지면 시 주석은 트럼프의 초청에 절대로 응할 입장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시 주석은 자신을 대신해 고위급 특사를 보내거나 아니면 주미 중국대사를 참석하게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바로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트럼프는 왜 오지도 않을 시 주석을 취임식에 초청했다고 요란스럽게 떠벌리고 다녔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도 미국의 대중 여론이 썩 좋지 않은데 말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당선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은 공동으로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중국을 띄우는 발언 또한 서슴지 않았다. 시진핑 초청도 바로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어 보인다.
말로는 호의를 보이는 것 같은데 숨겨진 계산은 절대 간단치 않다. 초청을 받은 시 주석은 대응이 쉽지 않다. 우선 가볍게 거절하기 어렵다. 자칫 새로운 권력 트럼프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갈 수도 없다. 결국 구차한 이유를 들어 자신이 참석할 수 없음을 설명하고, 또 자신을 대신해 누구를 참석하게 한다며 최대한 미국의 양해를 구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은 무얼 말하나?
트럼프가 거래의 달인답게 트럼프-시진핑 2기를 앞두고 기선 제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복싱으로 따지면 정교한 잽을 날렸다고 할까? 잽을 맞은 시진핑은 앞으로 어떻게 응수할까? 이제 곧 격렬한 미·중 패권 다툼이 본격화할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