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FA···선수와 구단과 에이전시, 지금 누가 웃고 있을까

2025-01-09

하주석(31)은 지난 8일 한화와 1년 1억1000만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옵션 2000만원이 포함돼 보장액은 9000만원이다. 지난해 연봉 7000만원에서 2000만원 오른 셈이다.

바로 이튿날 KIA가 서건창(36)과 1+1년 5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1억원에 연봉 1억2000만원·옵션 8000만원씩에 계약한 서건창은 KIA에서 1년 뛴 선수다. 서건창의 계약이 발표되면서, 그보다 5살이나 적고 한화에 입단해 한화에서만 뛰었던 하주석의 계약은 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하주석은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신청했으나 차별이 극심한 FA 시장에서 갈 곳을 찾지 못했다. 애초에 원소속구단 한화가 같은 유격수 포지션의 심우준을 4년 50억원에 영입, 하주석에 대한 기조를 보여준 데서 출발한다. 이는 리그가 하주석을 보는 시선에 자연스레 영향을 미쳤다. 왜 FA를 신청했느냐고 하주석을 질책하지만, 따져보면 이미 심우준 영입 계획을 세워놓고 FA 개장을 기다린 한화에서 하주석이 권리 행사를 미뤘다한들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하주석을 향해 극한의 냉대를 한 것은 전력 구성 계획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간의 이미지 때문이다. 음주운전, 경기 중 헬멧 투척 등 과거 사건들은 이미 심우준 카드를 손에 쥔 한화에게는 하주석을 내놔도 비난받지 않을 명분으로 이어졌다.

계약후 감사 혹은 작별 인사를 위해 손편지를 온라인에 직접 올리는 선수들은 있지만, 하주석은 처음 보는 방식으로 인사했다. 계약 직후 손으로 쓴 사과문을 직접 들게 하고 촬영해 공개하면서 한화는 구단 스스로 그 여론을 얼마나 의식하지는지 보여주었다. 이 ‘퍼포먼스’로 하주석의 과거 전력이 오히려 더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유격수 백업까지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전략이었다면 대성공이다.

FA 개장 이후 내내 각종 ‘설’에 시달렸던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투수 최원태(29)는 4년 70억원에 계약하고 LG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

병역을 해결한 20대 선발 투수라는 엄청난 이점에도 불구하고 최원태 역시 FA 개장 초반 외면 받았다. 원소속구단 LG가 FA 계약으로는 잡을 뜻이 전혀 없음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원태가 하주석과 다른 것은 선발 투수라는 강점에 그래도 조용히 수요가 있었다는 점, 선수가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원하는대로 협상은 했다는 점이다. 선발 투수라는 이점이 결국 이적으로 이어졌다. 마운드 보강이 절실하던 삼성이 경쟁 구단이 없음에도 거액을 투자해 영입했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최원태에게는 매우 운이 따랐다.

대형 계약은 했지만 최원태 역시 FA 시장에서 엄청나게 생채기를 입었다. 묘한 분위기에 워크에식 논란들까지 외부에 고스란히 알려졌다. LG 구단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최원태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소문과 추측이 양산돼 퍼져나갔고 상처는 고스란히 선수가 입게 됐다.

선발 투수를 내준 LG는 별 타격 없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그것도 라이벌 삼성이 최원태를 영입하는 상황은 최초 예상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최원태와 FA 계약은 하지 않았지만 당초의 계산과 조금 어긋났다.

계약 결과로는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지만 하주석과 최원태의 사례는 그 과정에 있어 공통점이 매우 많다. FA 선언할 때 왜 신중해야 하는지, 얼마나 다양한 각도로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경우의 수들을 준비해놔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선수들이 대리인을 필요로 하는 이유지만, 역설적으로 선수와 구단이 직접 소통해왔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들이 이번 FA 시장에서는 벌어졌다.

최소한 원소속구단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는 파악하고서 FA 권리를 행사해야 봉변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많은 선수들이 확인했다. 구단은 “FA 신청을 왜 했느냐”며 황당해하고 선수는 “구단이 묻지도 않았다”고 서운해한다면 그것은 ‘공식 대리인’인 에이전시의 과실이다. FA야말로 선수들의 자존심보다 자기객관화가 가장 필요한 때다. 이 역시 에이전시가 해야 할 일이다.

굴욕적으로 마무리 된 계약은 물론, 아무리 대형계약을 했더라도 큰 상처를 입었다면 성공한 계약이라 할 수 없다.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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