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이재명 정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210조원을 94조원의 세입을 확충하고, 116조원 가량의 지출 절감만으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를 되돌리고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나랏빚을 늘리지 않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인다고 해도 정치적 이유로 되살아나고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앞으로 5년(2026~2030년)간 윤석열 정부 감세 정상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등 세입 확충으로 94조원을,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 여유재원 등을 활용해 116조원을 각각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 210조원을 주요 국정과제 이행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다. ‘윤석열 정부 감세 정상화’ 등 올해 세제 개편안으로 확보할 세수는 5년간 총 35조6000억원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윤석열 정부 감세로 이재명 정부 임기 5년간 총 80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는데, 줄어든 세수의 절반 정도를 일단 복구하는 셈이다.
비과세·감면 축소도 여러 정치적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정부가 기업과 개인에게 깎아주는 세금이 78조원에 달하는데, 첨단산업·중소기업·근로소득자 지원 등 이유로 손을 못 대고 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한 72개 사업 중 축소한 건 16개뿐이다. 5년간 4조6000억원의 세수 확보에 그쳤다. 오히려 올해 일몰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다자녀 가구에게 혜택을 확대했다.
‘허리띠 졸라매기’ 역시 쉽지 않다. 고령화로 의무지출이 자동으로 늘어나 구조조정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총액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27조원 정도를 절감했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산업계의 국내 투자 촉진 차원에서 추진하는 감세 정책도 세수 확충의 걸림돌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발 통상 질서 변화에 맞춰 국내 생산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취지이지만 세수 감소를 불러온다. 정부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세제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보를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202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7.6%로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까지 끌어올리는 증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불필요한 감세부터 중단하는 게 급선무”라며 “예를 들어 올해 세제개편안 중 5년간 2조5000억원의 세수를 줄이면서 소득하위 3분의 1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자녀 가구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안은 국회를 통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