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렬한 비바람을 뚫고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악천후에도 경기가 강행된 것이 홈런을 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정후는 12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 3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1안타 2볼넷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 친 유일한 안타는 1회초 무사 1·2루에서 양키스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을 상대로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89.4마일(약 143.9㎞) 싱커를 공략해 양키스타디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긴 스리런홈런이었다. 양키스의 우익수 애런 저지가 담장 앞까지 따라갔다가 이정후의 타구가 관중석으로 향하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의 시즌 첫 홈런이기도 했다.
특히 이날 뉴욕에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고, 6도를 조금 넘는 쌀쌀한 기온에 외야에서 내야쪽으로 바람이 시속 20㎞ 이상으로 불었기에 더욱 놀라운 홈런이었다. 비 때문에 경기는 예정했던 시각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했고,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샌프란시스코가 6회 9-1로 강우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같은 조건이었다면 KBO리그는 경기를 아예 시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인 샌프란시스코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구단 양키스는 다음에 다시 경기 일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아서 경기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경기를 강행한 것이 이정후가 첫 홈런을 터뜨릴 수 있게 했다. 이정후는 경기 후 “한국이었다면 취소됐을 경기”라면서 “한국은 비로 인한 경기 취소가 잦다”고 말했다. MLB닷컴은 “한국 시절 이정후의 소속팀 키움은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써서 더욱 비 오는 날에 경기할 일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정후는 “스트로먼이 커터와 싱커를 많이 던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초구가 몸쪽 커터였고, 그다음 공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싱커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이 거기로 들어올 것이라고 느꼈고, 그걸 공략하겠다고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첫 양키 스타디움 경험’이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멜빈 감독은 “정말 대단했다. 이정후는 당연히 여기서 경기를 뛴 경험이 없다. 그리고 경기 초반에 주자가 두 명 나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홈런을 쳤다. 우리 팀에 큰 활력을 준 장면”이라고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