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소위 ‘딸깍 출판’으로 불리는 AI 양산형 도서가 공공도서관에 최소 150종 이상 장서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가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들은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나 교정·교열이 이뤄지지 않아 품질이 낮고, 저작권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도서관은 AI 양산형 도서를 걸러낼 체계가 미비해 시민의 세금으로 이를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도서관의 본래 취지인 ‘질 높은 독서·문화활동 지원’이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딸깍 출판’이 공공도서관에 버젓이
최근 출판업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싸구려 책을 대량 생산하는 이른바 ‘딸깍 출판’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A 출판사는 2025년 한 해에만 무려 1만 700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 대부분은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편집부’ 명의로 전자출판되고 있다. A출판사가 낸 로컬푸드 관련 도서는 ‘해라’체와 ‘하십시오’체가 뒤섞이는 등 기본적인 감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오픈AI의 이름을 차용한 B출판사는 ‘100인 100권’ 프로젝트를 추진해 하루 만에 100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하기도 했다. B 출판사는 대부분의 도서 소개란에 “챗GPT로 답변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기에 URL 링크 등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 감수 부족을 사실상 스스로 인정했다.
C 출판사는 특정 필명의 작가가 챗GPT를 활용해 자기계발서, 작사집, 주식서 등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책을 내고 있다. 원래 수험서와 IT 서적을 다루던 D출판사도 챗GPT로 작성한 ‘안주 페어링’ 관련 도서를 출간했다. 해당 책에는 프랑스 맥주 ‘1664 블랑’을 하이트진로 양조장에서 생산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거나, 떡볶이를 ‘매운 떡’이라 표현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처럼 AI로 대량 생산된 도서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 장서로 편입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공공도서관지원서비스 ‘책바다’ 검색 결과, AI 양산형 도서가 전국 공공도서관에 최소 150종 이상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AI 양산형 도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이들 출판사 외에도, 부크크·교보문고 퍼플 등 자가출판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려우며, 자가출판이 늘고 있는 만큼 공공도서관 내 AI 도서의 실제 수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열’ 민원 우려로 구입 거절 어려워
대부분의 AI 양산형 도서는 ‘희망도서’ 형태를 통해 공공도서관에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구립도서관은 A출판사의 특정 도서를 e북으로 구입해 산하 도서관에서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도서관 측은 “시민이 희망도서로 신청했기 때문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희망도서 선정제외 기준에 ‘생성형 AI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선정성 △고가 도서 △영리·정치 목적 신청자료 등의 기준은 있으나, AI 양산형 도서를 배제할 근거는 없다. 해당 도서관의 수서 담당자는 “기준 외 도서를 거부하면 검열 논란으로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며 “서점의 e북 서비스에 등록된 도서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충북의 한 공공도서관에서도 C출판사의 자기계발서를 희망도서로 신청받아 구입했다. 이 책은 “내가 겪은 험난한 모험을 무사히 통과했네! 나는 자부심 가득한 용사!” 등 동일한 문장 구성으로 한 챕터를 채운 수준이었다. 해당 도서관 관계자는 “AI 관련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아 명확히 배제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사전 검수 시스템 보완 시급
인력 부족으로 인해 AI 양산형 도서를 수서 단계에서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의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매년 수만 권의 책을 한두 명의 사서가 검수하는 상황이라 일일이 살펴보기 어렵다”며 “이미 구입한 도서를 보존서고로 옮기거나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서가 선정해 구매하는 ‘정기도서’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베스트셀러, 신간, 서점 추천 목록을 참고해 제목과 간략한 소개만으로 정기 수서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B출판사의 식물 관련 도서 한 권은 2023년 6곳의 공공도서관에서 정기도서로 구입됐다. 이를 구매한 경북의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에 필요한 주제를 정해놓고 최신 도서를 살펴보지만, 집필 방식까지 조사할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품질 AI 도서의 무분별한 유입이 출판 시장을 황폐화할 수 있다며 공공도서관이 관련 지침을 보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종성 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서의 업무 부담이 커 외부 서점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장서 개발 지침을 보완해 도서관의 장서 기반 서비스를 강화해야 AI 양산형 도서 유입을 막고 양질의 장서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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