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 수주액, 198억 달러 기록…전체 절반 이상 차지
중동 비중 60%→20%로 급락…시장 다변화 효과 '가시화'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국내 건설사들이 전통적인 수주 거점인 중동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올해 전체 해외 수주 중 유럽시장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원전·인프라·도시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거둔 수주액은 총 372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전체의 53.2%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중동(20.9%), 아시아(12.6%), 북미·태평양(10.4%), 아프리카(1.6%)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해외수주 성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럽 효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럽 비중은 3%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절반 이상으로 급등했다. 수주액도 54억 달러에서 198억 달러로 4배 가까이 늘었는데, 단일 사업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에 해당하는 체코 원전(187억 달러)이 이를 견인했다.
반면 기존 국내 건설사의 주 텃밭이던 중동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올해 중동 수주액은 77억 달러로 전년 동기 108억 달러에서 약 31억 달러 가량 줄었고, 비중 역시 60.7%에서 20.9%로 급락했다. 전쟁과 유가 변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국내 건설사들의 시장 다변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017년까지만 해도 3억30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던 유럽 수주는 2018년 37억8000만 달러로 반등한 뒤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며 회복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50억 달러를 웃도는 수주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체코 원전과 자동차 부품 공장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는 이를 K-건설 체질 개선의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중동 경기와 정세에 따라 전체 해외수주 실적이 흔들리던 구조에서 탈피해 유럽을 축으로 한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유럽 건설시장은 노후 인프라 교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원전 등 대규모 수요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5713억 달러에서 올해 3조614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간 연결성 강화, 독일 등 서유럽 국가의 인프라 건설지출증가, 중·동부 유럽(CEE) 중심의 에너지독립성 확보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투자 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원전·재생에너지·도시 인프라 등에서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기술력과 경험을 앞세워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