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소득이 지난해보다 늘었으나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여파로 서민층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114만원으로 전년대비 1.5% 줄었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5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전체 분위 중 소득이 줄어든 것은 하위 20% 계층뿐이다. 고소득층(상위 20%)은 1188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5.6% 늘었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줄었다. 근로소득은 24만1000원으로 1년전보다 0.1%, 사업소득은 9만4000원으로 7.7% 감소했다. 그간 증가세를 이어오던 연금 등 이전소득(77만8000원)까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하위 20% 가구 표본에 자영업자·노인 가구가 줄어들고 무직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에선 소득이 줄고 지출은 늘면서 ‘지갑’이 얇아졌다. 이들의 처분가능소득은 92만1000원으로 3.6% 감소했다. 월평균 적자액도 -43만8000원으로 22.7% 확대됐다.
양극화 지표는 1년 전보다 악화됐다. 소득 상·하위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1년 전(5.98배)보다 상승했다. 배율이 높을 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1분기 가계살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분기 전체 가구의 소비 지출은 29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전년동기대비 0.7% 줄었다. 2023년 2분기(-0.5%) 이후 7분기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물가가 오른 걸 고려하면 실제 소비량은 줄었다는 뜻이다. 특히 실질소비지출 감소 폭은 2020년 4분기(-2.8%) 가장 컸다. 12·3 비상계엄 등의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비가 줄면서 평균소비성향(69.8%)은 3개 분기 연속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냈다.
필수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저소득층에서는 소비지출이 13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주거·수도·광열(7.0%), 음식숙박(8.0%) 등에서 지출이 주로 늘었다. 물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 비중은 1년 전보다 1.2%포인트 오른 61.5%를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비지출(520만4000원)은 1년 전보다 2.1% 늘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득 하위 20%는 가구소득이 줄었지만 필요한 지출이 계속되면서 소비지출이 늘었고, 소득 상위 20%는 자동차 구입 등 일부 내구재·준내구재 소비가 줄었다”면서 “최근 3개 분기를 보면 소비 위축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