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환자 부모와 요즘 치과 의료인

2025-03-28

대로변에 개원을 하고 있기에 아동 환자를 보는 일은 많지는 않다. 사실 어린이 환자를 보는 게 노인 환자나 장애인 환자를 보는 것보다 몇 배 진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나에게는 다행스런 일인데 어린이 환자를 무턱대고 안 본다고 하면 어린이 환자 뒤에 숨겨진 잠재적 부모 환자도 놓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초등생 미만의 유아나 소아 환자의 경우 여간 치료하기가 힘든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이때 진료 시 부모의 행동을 보면 다양하다. 아이가 진료 거부 시 주로 부모가 아이를 설득 후 진료를 하는데 휴대폰에 있는 동영상을 직접 보여주면서 진료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선물을 사 주겠다고 약속을 한 경우 아니면 뜸하긴 하지만 윽박지르 는 경우 등 다양하다.

과거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는 이제 찾아볼 수가 없는 것 같다. 술자 입장에서도 겁박을 주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다가는 곧바로 부모로부터 제지가 들어오므로 대화를 통한 아이 설득을 하되 실패할 경우라면 어린이만 전문적으로 보는 치과로 보내게 된다.

며칠 전 월요일 대기실에 환자가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되겠다 싶었는데 6세 어린이 환자가 아빠와 함께 내원하여 진료를 받게 되었다. 처음 내원한 아이 환자치고는 순조롭게 치료를 잘 받는 아이였다. 진단을 해보니 하악 우측 제1, 2유구치 인접면 치아우식이었다. 충치 이환 정도는 심하지 않았으나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아 인접면 사이 음식물이 끼어서 식편압입으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선택한 보험 재료인 글래스 아이오노머로 충전을 하였고 술전 충치 이환 부위 사진 촬영 부분을 보여드렸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진료를 끝마치고 다른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이튿날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민원이 들어왔으니 몇 가지 물어본다고 하여, 어떤 환자인지는 모르지만 민원인에 대한 답변을 간단히 설명을 해드렸다. 진료를 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환자가 무엇 때문에 민원을 넣었을까 하며 궁금해했다. 느낌이 아동 환자 누구인지 차트를 찾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머릿속에서 재현해 보았다. 그러던 중 오후에 보건소 직원 2명이 찾아와 환자 보호자가 민원을 넣은 아동 이름을 제시하자 내 생각과 일치된 아동 환자가 맞았다.

공무원 입장에서 민원이 들어왔으니 그 부분이 일방적인 주장이더라도 문제된 부분을 설명해주기를 바라고 어떤 경위인지 알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있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혹시 위임진료는 안 했는지 그리고 환자분이 레진이라는 재료를 충전했다고 하는데 맞는지 여부 등을 물었다. 환자가 치료 후 아파서 타 의료기관에 갔는데 아마도 그곳에서 환자의 현재 상태의 징후만 보고 판단을 내린 다음, 환자에게 설명한 부분이 나의 잘못된 치료로 인식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환자 보호자가 제시하는 부분에, 나름대로 문제가 있는 점을 지적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을 얘기하였고 한편 그쪽에서는 사과를 받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보건소 직원들의 질문과 얘기에 불만은 없었다. 민원에 대한 처리를 위해 이메일로 답변을 해달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가능하면 민원인에게 사과의 전화를 해달라는 당부의 말씀도 있었지만 강요 사항은 아니니 적절한 답변을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일을 가지고 나름대로 해결을 했지만 뒤끝이 찝찝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신뢰가 무너져가는 사회의 단면과 요즘 아동 환자 보호자의 인식이 문제라는 것을 느낀다. 불만이 있으면 최소한 나에게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서 상황 설명을 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무조건 민원을 넣고 보자는 심리가 마치 뒤통수 때리는 것처럼 너 한번 당해보라는 식이다. 나름대로 이런 점을 보건소 직원에게 얘기했더니 이런 부류의 민원인으로 본인들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였고 또 하나 동업자 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같은 동료 입장에서 환자에게 설명을 어떻게 했기에 나의 치료가 잘못되었으니 배상은 바라지 않지만 사과를 하라는 것으로 보호자가 얘기한 걸 보면, 그 치과 원장이 누구인지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고장이 나서 힘든 요즘에 더 짜증나게 하는 일로 불편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상을 보며 이것도 내 탓 이려니 생각하고 스스로를 반성해보며 좀 더 세심하지 못한 나의 행동을 되짚어 본다.

이승룡 원장

서울 뿌리샘치과의원

<한맥문학> 수필 등단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장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전)치의신보 집필위원

<2012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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