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이별 하올 적에
안민영(1816∼1885 이후)
임 이별 하올 적에 저는 나귀 한치 마소
가노라 돌아설 제 저는 걸음 아니런들
꽃 아래 눈물 적신 얼굴 어찌 자세히 보리요
-금옥총부(金玉叢部)
고와라, 눈물 적신 임의 얼굴
조선 후기 순조 16년에 태어나 고종 22년 이후에 타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객 안민영(安玟英)이 노래한 이별가의 절창이다. 임과 이별하려는데 타고 가실 나귀가 다리를 절고 있다. 귀한 임의 나귀가 절고 있음을 한치 말라는 것이다.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돌아설 제, 나귀의 저는 다리 덕분에 임의 눈물 적신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으니···. 게다가 꽃 아래 눈물 적신 고운 얼굴을 보았으니···. 임도 나와의 이별을 슬퍼함을 알았으니 다리 저는 나귀가 얼마나 고마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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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얼 출신인 안민영은 생애의 기록이 자세치 않아 작고 연도를 모른다. 단지 그가 1885년에 시조 180수를 모아 ‘금옥총부’를 편찬한 것으로 보아 그때까지 생존하였음은 분명하다. 성품이 고결하고 명예나 이익을 찾지 않았다 한다. 박효관(朴孝寬)에게서 창법을 배웠고, 1876년에는 스승과 함께 856수의 시조 작품을 정리해 ‘가곡원류’를 편찬하였다. 이는 ‘청구영언’, ‘해동가요’와 함께 3대 시조집으로 꼽힌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