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 12일 대전 롯데전 승리로 통산 1000번째 승리를 품에 안았다. 김응용 전 감독(1554승), 김성근 전 감독(1388승)에 이은 KBO리그 역사상 세 번째 대기록이다. 김 감독은 66세 9개월 11일의 나이로 1000승을 채워 김성근 전 감독(65세 8개월 21일)을 넘어 역대 최고령 기록까지 작성했다.
13일 대전 롯데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팀이 8월 들어 좋은 않은 흐름에 있어서 개인 기록을 따질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주중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고, 1000승도 이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홀가분한 마음을 털어놨다. 1선발 코디 폰세가 이날 7이닝 무실점 투구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KBO리그 역대 최다 개막 후 선발 15연승과 최소 23경기 200탈삼진을 달성했다. 또 최근 부진하던 흐름의 마무리 김서현도 8회 2사 만루 위기를 막는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은 승리였다.
김 감독은 특별히 김서현을 언급하며 “몇 경기 부진했지만 김서현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거라 믿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은 잘해서 너무 위에 있다가 떨어질 때가 늘 고비”라며 “하지만 지난 한 주 4경기 안 좋은 것은 마무리를 하면서 성장통으로 충분히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 다행히 어려운 상황을 잘 막아줘, 팀으로서도 여유가 조금 생기는 느낌이다”고 반등을 기뻐했다.
김서현은 당초 2-0의 리드 상황에서 9회 등판이 예정 있었다. 하지만 앞선 불펜 투수들이 2사 만루에 몰리자 위기 봉합을 위해 일찍 마운드에 올랐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김서현을 올리는 과정까지 김 감독의 생각도 복잡했다. 김 감독은 “최근 부진한 김서현이지만 이 위기를 막아줄 선수도 김서현 뿐이라고 생각했다. 김서현에겐 타자들이 만만히 볼 수 없는 공이 있다. 그래서 그 위기에서 김서현 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불안한 경기력이 이어진 김서현에 대한 신뢰를 유지했다. 팀 승리가 중요한 시즌 막판임에도 풀타임 마무리로 26세이브를 따낸 20대 초반 마무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고자 했다. 김서현이 살아야 한화의 ‘가을야구’에도 힘이 생긴다. “어제도 만약 무너졌다면 그때는 내가 한 발 물러서는 고민을 했을 것 같다”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감독이 힘들어하는 선수를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주나. 한 시즌 수고한 선수다. 조금 좋지 않다고, 1승이 중요하다고 안 믿어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가을야구’ 경쟁에서 한화는 불펜 필승조가 약해지며 고전하고 있다. 불펜 옵션이 풍부하지 못한 살림 속에 김서현을 비롯해 한승혁까지 페이스가 떨어져 있다. 압도적인 피칭을 이어가는 폰세지만, 커리어 통산 시즌 140이닝을 넘긴 적이 없는 만큼 관리도 필요하다.
김 감독은 “잘했던 선수들이 자신감을 다시 찾도록 하면서, 그 사이에 다른 선수들이 잘 채워야 팀이 강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하면서 이기거나 지는 건 괜찮다. 그러나 이기는 경기를 지는 건 팀에 데이지가 크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2연승도 했다. 어느 타이밍에 다시 연승 기회도 한 번은 온다. 그때까지 잘 버티며 (승리를)잡아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