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날개로 ‘1000승 고지’

2025-08-13

한국 프로야구의 세 번째 ‘1000승 감독’이 탄생했다. 한화 이글스 김경문(67) 감독이다. 지난 12일 한화가 홈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2-0으로 꺾으면서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통산 1000번째 승리를 거뒀다.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 사령탑으로 데뷔한 김 감독은 21년간 1894경기에서 34번의 무승부와 860번의 패전을 경험한 끝에 통산 1000승 고지에 올랐다. KBO리그 감독 1000승은 김응용(1554승68무1288패), 김성근(1388승 60무 1203패) 감독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대기록이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 ‘명장’ 반열로 향하는 초석을 다졌다. 45세였던 2004년 4월 5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감독 첫 승을 따낸 뒤 ‘화수분 야구’라는 두산의 팀 컬러를 확실하게 정립했다. 2011년 6월에 두산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7시즌 반 동안 팀을 세 차례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이 기간 정규시즌 960경기를 지휘하면서 1000승의 절반이 넘는 512승을 쌓아 올렸다. 두산 감독 시절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도 맡아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일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주춧돌을 놓고 단단한 탑까지 쌓아 올린 ‘개척자’였다. 2011년 8월 갓 창단한 NC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1군 진입 2년 만인 2014년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NC는 그해부터 4년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참가했고, 2016년엔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했다. 김 감독은 2018년 6월 NC 감독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384승을 더했다. 그 시점까지의 통산 성적은 1700경기 896승30무774패. 개인 통산 900승에 4승만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6년간 멈췄던 김 감독의 승리 시계는 지난해 6월 다시 돌기 시작했다. 한화는 중도 퇴진한 최원호 전 감독 후임으로 야인이던 김 감독을 선택했다. 좌충우돌하던 ‘만년 하위권’ 팀 한화에 백전노장의 경험과 무게감을 수혈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남아 있던 87경기를 42승1무44패로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팀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올해 한화를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김 감독의 통산 1000번째 승리는 경기 자체도 상징적이었다. 올해 KBO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하는 에이스 코디 폰세가 7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김 감독이 발굴한 젊은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최근 부진을 털어내는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지켜냈다.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한화 감독실 벽은 1000승 축하 메시지가 담긴 풍선으로 뒤덮였다. 코치진이 김 감독에게 구단이 준비한 1000승 기념 트로피를 전달했고, 한화 주장 채은성과 간판 투수 류현진은 꽃다발과 1000승 기념구를 선물했다. 김 감독은 “다시 (감독) 기회를 주신 구단주와 많은 것을 지원해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함께 올 시즌을 열심히 준비해준 코치들과 현장 스태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 이 기쁨과 영광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고 인사했다.

‘잔치’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내 웃음을 지우고 다시 고삐를 조였다. 그는 “(1000승이) 나 개인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기록이지만, 지금은 감독에게 포커스를 맞출 때가 아니다”라며 “순위 싸움이 한창이고, 매 경기 1승, 1승이 정말 중요한 시기 아닌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리 팀 경기를 잘 치르는 데만 집중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설’이기 이전에 ‘현역’ 감독으로서의 굳은 의지를 담은 일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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