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광고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미국의 광고 시장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TV가 완전히 보급되고 상업 문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1960년대부터 광고는 기업 활동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미국의 인기 드라마 ‘매드맨’에도 등장하지만, 20세기 광고업계는 유명한 카피라이터들이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문구와 기획이 중심이었다. 한국도 비슷해서 광고 문구가 유행어가 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고, 스타급 카피라이터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광고회사들이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는 데 혈안이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미디어의 변화로 광고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TV와 인쇄 매체, 옥외 광고판만 확보하면 잠재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20세기와 달리, 이제는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에서 알고리듬이 결정해주는 영상을 본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보는지를 추적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고,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요구 때문에 그런 작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거대 광고 회사 두 개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는데, ‘데이터,’ ‘테크놀로지’라는 말이 10번 넘게 언급되고, ‘AI’라는 말도 8번이 나왔는데, ‘창의력’은 딱 한 번 등장했다고 한다. 디지털 기업들이 광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창의력보다 데이터가 중요해졌고, 모든 사람이 보는 유명한 히트 광고보다 개별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걸 공략하는 맞춤형 광고가 훨씬 더 효과 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값싸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AI가 급부상하고 있다. 광고회사들에 창의적인 매드맨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