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인공지능(AI)시대다. 기업은 기술로 고용을 대체한다. 유능한 인재조차 기업에 기댈 수 없다. 일반생활자는 어떻게 생계를 잇고 살아남을까. AI시대는 그들에게 기회가 되어야 한다. 국가 AI시스템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적인 일처리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기발한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 기업과 사회는 기존 틀에 박힌 교육과 눈앞 성과를 위한 업무를 가르친다. 창의를 기를 수 있을까.
편의점 '세븐일레븐' 로고는 '7-ELEVEn'이다. 마지막 철자 n은 대문자처럼 크기를 키웠지만 소문자다. 이유가 뭘까. 7과 11을 겹쳐 쓰면 n처럼 보인다. 딱딱한 대문자 끝에 소문자 n을 넣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소문자이지만 당당하게 대문자와 어울린다. 작은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겠다는 각오였을까. 여러 명이 식사하고 음식값을 나눌 때 n분의 1이라고 한다. 회사 가치를 고객과 나누겠다는 뜻일까. 이런 생각 자체가 창의력 훈련에 도움 된다. 'GS25'는 왜 24가 아닌 25를 쓸까. 고객만족 등 추가적인 가치(plus 1)를 더하겠다는 의미일까. 과거 범죄프로그램 '사건 25시'가 있었다. 25를 쓴 이유는 뭘까. 하루 24시간을 아껴 25시간처럼 써서 범죄를 파헤치고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뜻이 아닐까. 대형마트 '이마트' 로고는 소문자로 'emart'라고 쓴다. 대문자보다 부드럽다. e는 노란색이고 mart는 검은색이다. e가 강조된다. e는 다양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매일을 뜻하는 'everyday'다. e는 우리 발음으로 '이'고 영어로는 'this'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고객 곁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가 항상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electronic의 e일 수도 있다. 전자적 또는 온라인으로의 연계와 확장을 고민한 것일까. e는 이롭다는 의미의 '이'와 발음이 같으니 고객을 이롭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 다양하게 생각해보자. 창의력 훈련이 된다.
서울시청 근처에 분식집 '김앤장'이 있다. 국내 변호사 수 최대 법률사무소 '김앤장'과 이름이 같다. 그런데 '장'의 영문철자가 다르다. 법률사무소는 'Chang'을 쓰고 분식점은 'Jang'을 쓴다. 차이는 어디서 나온 걸까.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외국 고객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발음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분식점 '김앤장'은 국내 고객이 많기에 한국 사람의 발음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단순히 '장'씨 성을 쓰는 창업자 또는 주인이 자신의 영문 이름을 그렇게 정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생각 자체가 창의를 일깨운다.
과거 아파트 상가 또는 대형 상점의 오래된 간판을 보자. 추락위험이 있어 안전이 문제됐다. 낡은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크기와 형태도 달랐다. 요즘 간판은 어떤가. 안전하고 깔끔하다. 크기와 디자인은 비슷하다. 눈길은 가지 않는다. 왜일까. 간판은 장사꾼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경쟁자보다 도드라져 보이고 싶지 않을까. 안전과 미관을 확보하면서도 '나를 좀 보시오!'라고 외치던 옛 느낌과 가치를 살린 간판을 다시 만들면 어떨까. 옛 간판은 훌륭한 문화유산인데 규제가 간판의 틀을 굳혀 창의를 꺾은 것은 아닐까 아쉽다.
어떤 회사에서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불만이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빠르게 하기 위해 견적을 냈는데 많은 비용이 예상됐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엘리베이터 안에 큰 거울을 설치했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고 표정과 매무새를 고치느라 엘리베이터가 느린 것을 잊었다. 엘리베이터에 디지털 광고판을 설치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수익도 생긴다. 이런 생각이 창의다.
AI는 거짓을 만드는 환각현상(hallucination)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 정보를 제공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AI에 바라는 가치가 뭘까. '지어냄'이고 창작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한다면 환각은 훌륭한 창작수단이 된다. 대상을 뒤집고 생각을 바꿔야 창의는 성큼 다가선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