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비염은 흔하고 소소한 질환이다. 하지만 일상은 직격탄을 맞는다. 무엇보다 힘든 건 숨쉬기다. 코가 막히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고, 숨쉬기가 힘드니 집중력이 약해진다. 쉼 없이 흐르는 콧물은 또 어떤가. 콧물을 닦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코막힘은 중이염, 편도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염이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발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까지 나왔다.
비염 같은 만성 염증 질환은 증상 하나하나에 대응하면 안 됩니다. 증상을 만든 원인에 집중해야죠. 그래야 피할 수도, 버틸 수도 있습니다.

비염에 대처하는 방법을 묻자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만성 질환이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정조준해 치료하면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았던 두 자녀를 그렇게 치료했고, 지금도 진료실에서 만난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 경험과 사례를 엮어『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도 썼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지만, 만성 질환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일상과 루틴을 위협하고, 성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대체 뭘까? 증상 하나하나에 휘둘리지 않고 일상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일 직접 만나 물었다.
💧 비염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비염 그대로 두면 정말 얼굴형이 바뀔까? 비염 때문에 ADHD가 생긴다는데, 정말일까? 김 교수가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비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는 의미다. 그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에 유혹되지 말고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김 교수는 “증상의 정도나 비염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할 수 없다”며 “정확하게 어떤 종류의 비염인지부터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정말 궁금해요. 비염과 ADHD가 관계가 있는 건가요?
ADHD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코막힘으로 인한 수면 무호흡이 원인으로 지목돼요. 밤에는 근육 긴장도가 떨어져 코막힘이 더 심해지고,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하다 보니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잖아요. 이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일반화할 순 없어요. 수면무호흡이 뇌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그 외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ADHD에 집착하기보다 어떤 종류의 비염인지,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뭔지같이 근본적인 것에 집중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