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언 보험개발원장, 건강·생명존중이 지론…"사람도 식물도 건강하게 사는게 가장 중요"[CEO&STORY]

2024-10-16

허창언 금융개발원장은 평생을 금융 분야에서 일했지만 사실은 법대 출신이다. 서울대 법학과 79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다. 윤 대통령과 학창 시절 쌓은 우정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건 꽤 알려진 얘기다.

허 원장은 대학 시절 과외를 해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과외 금지령이 내려지자 생계 수단을 잃었다. 허 원장은 “그때는 선택지가 없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도 사법시험을 통과해 법률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병장 시절 우연히 치른 한국은행 입행 시험에서 덜컥 합격을 해버렸다. 가난한 집의 6남 1녀 중 막내. 형들은 그가 안정된 직장에서 빨리 자리 잡기를 바랐다. 그도 일단 입행한 뒤 나중에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987년에 입행하면서 금리 27%짜리 3년 만기 재형저축을 들었어요. 적금을 탈 때가 되면 직장을 그만두고 그 돈으로 고시 공부를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1989년에 결혼을 했어요. 결국 고시 준비할 돈을 결혼 자금으로 쓰게 된 셈이죠. 하하하.”

그 무렵 윤 대통령이 한은 앞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허 원장에게 “시험에 자꾸 떨어지는데 고시 관두고 한은 입행해서 둘이 같이 다니면 어떨까” 하고 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은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허 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너는 경제학자의 아들이고 가정환경이 좋으니 할 때까지 한번 해봐라. 나도 고시철만 되면 못 이룬 꿈 때문에 몸살이 생긴다”며 말렸다. 그날 밤 둘은 서울 북창동 골목에서 소주를 진탕 마시고 헤어진 뒤 한동안 연락을 안 했는데 1991년 윤 대통령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허 원장은 “2022년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편히 연락할 수 없는 사이가 됐고 지금은 마음으로만 응원한다”며 “워낙 뚝심 있는 양반이라 무엇이든 잘하시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한은에서 감독 업무를 하다 외환위기 때 맹활약했다. 이후 1999년 금융감독원이 출범할 때 특기를 살려 자리를 옮겼다. 이후 보험 분야의 모든 팀장을 섭렵하고 보험감독국장과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지냈다. 보험 외에도 법무실장, 공보실 국장, 뉴욕사무소장 등을 역임했지만 시장에서는 그를 여전히 보험 전문가로 본다. 2022년 임기 3년의 보험개발원장에 선임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허 원장 스타일은 서울대를 졸업한 금융 엘리트라기보다 그냥 동네 ‘아저씨 스타일’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하다. 말투도 구수하다. 풍채가 당당한 편인데 살이 아니라 근육질 몸매다.

그는 40년간 하루도 운동을 쉰 적이 없는 운동 애호가다. 제주서초등학교 6학년 때 배구부원으로 도대회에서 우승했고, 대학 시절에는 검도부 생활을 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근력 운동, 러닝, 수영, 등산을 이어왔다. “과거에는 직장 생활을 하면 저녁 약속이 많고 술 마실 일이 많았잖아요. 그래도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서 운동을 했죠. 그 힘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버틴 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소문난 주당이었는데 지금은 술을 많이 줄였습니다. 대신 운동은 여전히 매일 합니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에요.”

허 원장은 화초를 아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팀장 시절부터 승진 축하 난초 같은 것을 받으면 정성을 쏟아 키웠다. 지금도 직원들이 화초를 시들게 하면 대신 돌봐주기도 한다. “식물도 이왕 태어난 거 건강하게 살 만큼 살다 가야 하고, 화초가 기쁨을 주는 만큼 인간도 보답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화초에 대한 생각은 사람과 보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사람은 건강하게 잘 사는 게 가장 중요하고, 좋지 않은 일을 겪었다면 빠르게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탄력성)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보험료는 크게 비싸지 않지만 재난을 당했을 때 회복을 도와줍니다. 보험 산업을 좋게 봐주시고 많이 이용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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