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지주(003380)가 지난달 자기주식을 기초로 발행한 교환사채(EB)에 기관 투심이 대거 몰리면서 준비된 물량이 전액 완판됐다. 하림그룹 창사 이래 최대 사업으로 평가 받는 양재 첨단 물류단지 착공의 청신호가 켜진데다, 최근 지주사들의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인기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총액 인수한 하림지주 EB 1432억 원 중 약 1000억 원 물량의 셀다운(재판매)을 최근 모두 마쳤다. 국내 중형 증권사들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 등 복수의 기관들이 해당 EB를 받아갔다. 나머지 약 400억 원에 달하는 EB는 NH증권이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하림지주의 해당 13회차 EB는 만기 5년, 표면이자 0%로 발행됐다. 만기 보유 시에만 연 1% 이자를 지급한다. 발행 2년 후부터는 회사에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부여돼 있다. 이번 EB에 투자한 대부분의 기관들은 하림지주의 주가 상승에 베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양재동 복합 개발이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국내 지주사들의 주가 재평가 기대감이 올라오는 것도 기관 사이에서 인기 요인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하림지주 100% 자회사인 하림산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에 지하 9층~지상 58층, 연면적 147만여㎡ 규모 복합물류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림은 이를 위해 올 8월 서울시로부터 용적률을 800%로 상향하는 변경 계획을 승인 받았고, 이달 2일에는 서초구청에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 심의는 착공 전 거의 마지막 단계 인허가 사항으로 내년 착공이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복합개발에는 사업비가 약 7조 원 투입될 것이란 게 현재의 분석이다. 다만 하림이 해당 부지를 이미 전체 소유하고 있고 사업성도 좋아 자금 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발이 성공하면 그룹의 분양 수익이 수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림은 시설 지하에 첨단 물류시설을, 지상에는 아파트 약 1000가구와 오피스텔 약 970실을 포함해 호텔과 백화점 등 유통시설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국내 지주사 주가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감도 여전히 살아 있다. 하림지주의 올 6월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25배,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7배에 불과하다. 하림지주 주가는 최근 7000원대 초반 선에서 움직이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EB의 교환가액은 9713원으로 17일 종가 7240원과 비교하면 아직 34%의 상승 여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