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씁쓸한 귀향

2025-12-12

중국의 도시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남부 광저우시 하이주(海珠)구의 다탕(大塘)촌은 내년 설을 석 달 앞둔 지난 11월부터 귀향이 시작됐다. 후베이 출신 농민공(農民工) 3만여 명이 모여 사는 다탕촌의 이번 춘윈(春運·춘절 설 귀성)은 예년과 다르다. 설을 쇠고 돌아올 생각이 없다. 이불 짐부터 세탁기까지 가산을 모두 챙겨 떠난다는 소식이다.

전국적 규모라고 한다. 건설업 침체에 제조업 불황으로 도시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생긴 현상이다. 당국은 ‘반향체향(返鄕滯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고향으로 돌아간 농민공이 도시로 되돌아오지 않고 체류한다는 의미다. ‘규모성(規模性)’이란 수식어까지 붙였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주관 부처인 농업농촌부는 지난달 13일 윈난성의 추슝(楚雄) 이족(彝族) 자치주에서 차관급 회의를 소집했다. 〈전국 농촌 장인(匠人) 육성 및 탈빈곤 인구의 취업과 ‘두 개의 안정, 하나의 방어’ 공작 회의〉가 정식 명칭이다. 조지 오웰이 말한 ‘신어(Newspeak·정치선전용 언어)’ 정치에 능한 중국답게 “탈빈곤 인구의 취업을 안정시키고 소득을 안정시키며 실업으로 인한 대규모 재빈곤을 방지한다”는 ‘양온일방(兩穩一防)’이란 지침도 만들었다.

농촌에 공익성 일자리를 만들고 작업장을 업그레이드하며 기술 훈련의 실효성을 높이라며 해법을 내놨다. 도시에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농촌에서 해결하라는 취지다.

곧 31개 성(省)급 지방정부별로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2021년 선포한 빈곤퇴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사수한다는 각오다.

하지만 처방이 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전 편집인은 지난달 20일 소셜미디어(SNS)에 빈곤의 역습을 막을 주요 전쟁터는 농촌이 아닌 도시라고 주장했다. 도시의 민영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농촌의 잉여 노동력을 흡수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가 촉발한 농민공과 자녀의 씁쓸한 귀향은 사회 문제를 부른다. 재빈곤과 토지분배를 둘러싼 불균등 모순을 유발해서다. 결국은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농촌 노인 인구에 특별국채 발행으로 연금을 지급해 양로산업을 키우자는 제안도 들린다. 3억 농민공의 귀향이 중국의 숨은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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