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 절대 가지 마" 외쳐도…줄서서 스시 먹고 유니클로 사는 중국인들

2025-12-12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부 분위기는 13년 전과 확연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소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사태 당시에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전국적인 반일 시위가 번지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자발적으로 확산했고 중국 내 일본 브랜드 매장들은 운영을 중단하거나 폐쇄까지 겪었다. 유니클로는 중국 매장 40곳 이상을 임시 휴업했고 이온은 35개 지점 중 대부분을 잠정적으로 닫았다. 일본차 판매도 폭락해 도요타 차량을 몰던 중국인이 폭행당하는 사건까지 일어 났다.

그러나 이번 중일 갈등에서는 이 같은 격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중국군 항모 함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레이더 조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에도 상하이에서는 일본 회전초밥 브랜드 ‘스시로’ 매장 두 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개점과 동시에 매장 앞은 긴 대기 줄이 이어지며 북적였다.

이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외식’ 이미지를 앞세워 최근 빠른 속도로 중국에서 확장하고 있으며, 이미 7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푸젠성에서 온 20대 방문객은 “정부 정책은 존중하지만 스시 먹는 건 정치와 상관없다”며 “그냥 식사하러 온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소비도 비슷한 분위기다. 베이징 유니클로 매장에는 평소처럼 겨울 신상품을 보러 온 손님들로 붐볐고 50대 여성 고객은 “일본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불매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며 “이 제품들 대부분은 중국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촨성 청두의 무지(MUJI) 매장도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오픈하자마자 인파가 몰렸고 해당 매장에서 출시한 ‘고추기름 젤라토’ 같은 중국 현지 협업 제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광둥성 선전의 도요타 대리점 판매직원 역시 “전기차 bZ3X 판매는 갈등과 무관하게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사 항저우즈이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티몰(Tmall) 내 주요 일본 브랜드 매출은 ‘대만 개입 발언’ 이후에도 감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유니클로·무지·시세이도·소니·파나소닉 등이 매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소비자 행동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보복 수위 조절’을 꼽는다. 일본 여행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 공연 취소 등 정부 차원의 규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간 불매운동을 자극할 정도로 분위기를 띄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감정적 집단행동이 번질 경우 경제적 영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전 총편집장 후시진도 최근 웨이보에 “일본과의 대립은 장기전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사회는 냉정함과 단합을 유지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는 과열된 반일 정서를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중국·일본에서 외교 경험이 있는 제러미 찬 유라시아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대중 분노가 폭발하면 중국 정부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쪽으로 번질 수 있다”며 “일본 제품은 중국에서 이미 일상적인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 이번 갈등은 일반 국민에게는 추상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신중한 기조가 영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푸단대 우신보 교수는 “중국이 요구하는 발언 철회를 다카이치 총리가 거부한다면 중국의 대응 강도는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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