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청탁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경옥에게 가방 전달, 2024년 돌려받아"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이진관) 심리로 14일 열린 전씨의 1차 공판에서 전씨 측은 "2022년 샤넬 가방, 그라프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를 제공받은 사실 및 그 무렵 유경옥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한다"며 "다만 그 이후 그라프 목걸이와 가방, 교환한 것들로 추정되는 것들을 2024년 무렵에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김건희에게 최종 전달될 금품을 일시 점유한 것에 불과해 배분에 관해 어떠한 재량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김 여사에게 전달될 것을 전제로 유 전 행정관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주장은 수사 단계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진술이다. 전씨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선물의 행방에 대해 "잃어버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가 "유 전 행정관에게 심부름을 시켜 물건을 바꿔오게 했다"고 진술을 뒤집었었다. 특검 조사 시에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자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유 전 행정관에게 건넸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이날 재판에서는 샤넬백·목걸이를 돌려받은 구체적 이유나 물건의 행방에 대한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대선 후 토사구팽됐다 생각, 尹 전화 수신 차단했다"

다만 전씨 측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물건이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포괄적인 배려나 편의제공을 부탁하는 것은 알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이 청탁한 통일교 현안에 대해서는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국가 차원의 보편적 가치이고,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통일교에 특별한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도 부인했다. 전씨 측은 "피고인은 대통령에게 알선할 만한 특수관계가 아니다"라며 "공소사실에는 대선 기간 동안 네트워크본부 고문 명목으로 활동을 주도했다고 돼 있지만, 대선 후 토사구팽됐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수신 차단하기도 했다"고 했다.
전씨 측은 이 밖의 금품 수수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통일교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받은 3000만원에 대해서는 "통상의 노무제공"이라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창욱 경북도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건네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자금법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다퉜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배우자로부터 4530만원을 받은 점도 인정했다.
콘랩컴퍼니로부터 1억6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딸의 지인을 통해 돈을 송금받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전씨 측근인 변호사에게 송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특검, 건진법사 추가기소 예고

전씨는 이날 남색 정장 재킷과 검은 셔츠, 검은 바지를 입은 채 천천히 걸어 법정에 들어왔다. 안경이나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은 채였다. 그는 인정신문에서 "직업란에 무속인이라고 되어 있는데 맞나"라는 재판장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이후 재판 내내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검사 측 진술과 변호인의 변론을 들었다.
이날 특검 측은 "피고인 범행에 대해 추가 기소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혐의나 시점에 대해서는 "기소 여부를 확정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수사 중에 부적절할 것 같지만 수사기간이 특검법에 정해져 있어 만료 전에 (기소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