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의 후속 테스트 논의를 잠정 중단한 가운데 사업 참여 은행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관련 시스템과 인력을 일부 정리하는 등 ‘일단 철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 재개 시점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관련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했던 일부 은행은 최근 CBDC 관련 외주 운영 인력을 일부 철수시키고 있다. 시스템이 구축된 클라우드 서버 운영 역시 일단 종료하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CBDC 관련 인력과 클라우드 철수에 나선 것은 한은이 프로젝트 한강 사업의 2차 테스트를 잠정 중단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들은 CBDC 시스템 구축·운영을 위해 외주 인력 및 클라우드 서버 계약을 맺고 사업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한은이 올 4~6월 1차 테스트를 진행한 뒤 올 4분기 계획돼있던 2차 테스트를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들도 곤란을 겪게 됐다. 완전 종료 선언은 아니었던 탓에 외주 인력과 클라우드 서버 운영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테스트 재개가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유지비 부담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향후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비용을 계속 지출하기는 부담”이라며 “관련 인력을 최소한으로 남겨두고 클라우드 운영도 일단 중단한 뒤 향후 다시 구축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2차 테스트 중단은 CBDC의 대척점에 서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중 발표돼 금융권 관심이 집중됐다. 한은은 최근 CBDC 기반의 예금토큰이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비은행 스테이블코인과 발행 주체만 다를 뿐이라는 설명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은행권부터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게 한은 생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앞으로 화폐에 프로그램 기능을 넣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꼭 필요하지만 은행부터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프로젝트 한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든 예금토큰이든 미래에는 디지털화한 화폐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