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신품종 ‘황금알·장풍’ 등 보급 확대
이모작 유리해 자급률·경쟁력 높여
기계화 촉진, 배수 기술 개선에 총력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쌀 생산량 조절과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논에 콩 또는 밀·콩 이모작 재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이모작에 적합하고 수량성이 높은 밀 품종 ▶황금알 ▶백경 ▶한면과 콩 품종 ▶장풍 ▶선유2호 ▶평안을 개발했다. 이 품종들은 생육 기간이 짧아 이모작에 유리하고, 우수한 기계화 적응성과 높은 수량성을 갖추고 있다.
밀 품종 중 ‘황금알’은 벼, 콩과의 이모작 적응성이 뛰어난 빵용 품종이다. 기존 품종보다 쓰러짐과 수발아에 강하며,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각각 14%, 10%로 높아 빵이 잘 부풀고 속질이 부드럽다. 2023년 소비자 관능 평가에서 수입 밀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았으며, 묘사 분석에서는 수입 밀보다 더 부드럽다고 평가받았다.
‘백경’은 추위와 쓰러짐에 강하고 수량이 10아르당 538㎏인 다수성 빵용 품종이다. 글루텐 단백질 유전자의 질적 조성이 우수하며, 반죽 안정도와 빵 부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2024년 가공산업체(SPC)의 제빵적성평가에서 빵의 비용적과 부피가 수입 밀 1등급 강력분에 버금가는 결과를 보이며 국산 밀 빵용 품종 중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한면’은 숙기가 빠르고 수량이 10아르당 548㎏인 다수성 면용 품종이다. 단백질 함량은 10.8%, 침전가는 56.0㎖로 기존 품종보다 높아 건면 품질 특성에 적합하며, 높은 밝기와 뛰어난 신장도를 갖췄다. 2024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수입 밀보다 높은 선호도를 기록하며 라면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황금알’은 국립종자원 정부 보급종 종자 생산체계를 거쳐 올해 보급종 505톤이 농가에 보급, 생산되고 있다. ‘백경’과 ‘한면’은 농촌진흥청 신품종 이용 촉진 사업을 통해 전북 등 3개소에서 순도 높은 종자를 생산해 정부 보급종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콩 품종 중 ‘장풍’은 기계화 수확의 주요 특성인 착협고(꼬투리 달리는 높이)가 25㎝ 수준으로 기존 품종보다 7~8㎝가량 높다. 번 가지(분지) 수도 1.1개로 적어 콤바인으로 기계 수확 시 손실률이 낮고 성숙기에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는 특성도 있다. 특히 여름 태풍으로 재배지가 침수되면 콩 하부에 피해를 받아 꼬투리 달림에 문제가 생기는데, 착협고가 높아 이를 회피할 수 있다. 번 가지가 적어 다소 빽빽이 심는 재배 현장에서도 잘 적응한다.
‘선유2호’는 생육 기간이 짧고 6월 중순에 심으면 10월 중순에 수확할 수 있어 밀, 양파 등 동계작물과의 이모작에도 적합하다. 꼬투리가 잘 터지지 않고 알이 굵으며 수확량도 10아르당 334㎏으로 많다. 다만 착협고가 낮기 때문에 1.5배 밀식재배를 통해 기계화 수확 손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온 다습한 시기에 콩알이 발육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곰팡이병을 전용 약제로 방제해야 한다.
‘평안’은 높은 기존 품종보다 수량이 10아르당 400㎏으로 18% 향상됐으며, 착협고는 19㎝다. 내습성이 있어 강해 침수 피해에도 높은 수량을 자랑한다. 올해 주요 논 콩 재배단지 현장에서 적합 재배 기술과 안정성 평가를 거쳐 향후 본격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 55.5% 달성을 목표로 밀·콩 자급률을 각각 8%, 4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육성 밀·콩 신품종 확산은 물론 고품질 원료곡 생산단지 육성, 기상재해에 대응한 안정생산 기술지원 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농촌진흥청은 국산 밀 산업 밸리화 시범단지와 연계해 국산 밀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제분, 가공과정으로 이어지는 산업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밀 산업 밸리화 시범단지 조성 사업으로 올해 전북 김제시, 전남 구례군, 경북 구미시, 경남 함양군 4곳에서 밀 제분 시설이 순차적으로 완공됐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시범단지와 협력해 육성한 밀 우량계통에 대한 제분 및 가공적성을 검정하고 있으며, 현재 김제와 구례에서 ‘한면’을 활용한 생산·제분·제품 일원화 현장실증 연구를 통해 지역특화 국산 밀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논 이모작 재배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손꼽히는 배수 관리 및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무굴착 땅속 배수 기술’과 ‘왕겨충진형 땅속 배수 기술’ 등 물관리 기술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곽도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은 “규모화된 논에서 밀·콩 같은 식량작물과 밭작물이 안정적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기계화 전용 품종 보급 확대, 노동력 절감과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밭농업 기계화 촉진, 집중호우 등 이상기상에 대응한 배수 기술 정착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