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자식의 보험이었나"…80세 부모 연금에 기대 산다는 '중년 어린이'

2025-10-18

최근 일본에서 ‘중년 어린이(코도모베야 오지상)’라는 신조어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대학 졸업 후에도 결혼이나 독립 없이 부모 집의 ‘아이 방’에서 지내며 생활비를 의존하는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2000년대 초 유행한 ‘패러사이트 싱글(캥거루족)’ 이 중년 세대로 옮겨온 형태다.

최근 일본 온라인 매체 ‘더 골드 온라인’에 따르면, 도쿄도 교외에 사는 78세 여성 타지마 세츠코(가명)씨는 이미 50대가 된 두 아들과 함께 산다. 남편은 10년 전 세상을 떠났고 지금 세츠코씨의 고정 수입은 월 19만엔(한화 약 179만원) 남짓한 유족연금뿐이다. 여기에 남편이 남긴 적은 예금이 전부다.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한때는 직장을 다녔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40대 무렵부터는 비정규직을 전전했고 지금은 큰아들이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일하는 수준이다. 둘째는 거의 무직 상태다. 그는 “일이 잡히지 않는다”며 집 안에만 머무른다.

세츠코씨는 처음엔 “잠깐일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다음 직장을 구할 때까지만 자격증 공부하는 동안만”이라고 믿었지만 어느새 십수년이 흘렀다. “이대로 내가 죽을 때까지 두 아들의 끼니를 책임져야 하나 싶어 숨이 턱 막힌다”고 털어놨다.

그의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안일로 채워진다. 아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세 끼를 직접 차릴 수밖에 없다. 외식을 하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있냐”는 핀잔이 돌아온다. 휴일에도 여행은커녕 가까운 마트 외출이 전부다. “가끔은 내가 있을 곳이 없다고 느낀다”고도 토로했다.

일본에서는 이런 현상을 ‘8050 문제’라 부른다. 80대 부모가 50대 미혼 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이다. 부모의 연금으로 중년 자녀가 생계를 유지하는 ‘노노(老老) 부양’의 극단적 형태로 가족 전체가 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위기를 맞는다.

이 문제의 뿌리는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다. 당시 구직난 속에 정규직 취업에 실패한 ‘취업 빙하기 세대’가 사회 부적응과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남았고 20~30년이 지난 지금 50대가 되면서 ‘중년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70대 부모와 40대 자녀의 ‘7040 문제’라 불리기도 했다.

문제는 고립이다. 부모가 자녀의 은둔 사실을 숨기려 하면서 외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홀로 부담을 짊어진다. 일본에는 생활보호 제도가 있지만 동거 중인 가족의 수입이 합산되기 때문에 부모의 연금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녀 개인은 복지 지원을 받기 어렵다. 결국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부모가 사망하면 연금이 끊기고 생계는 곧바로 붕괴된다. 이 때문에 부모 사망 후 수년간 이를 숨긴 채 연금을 불법 수령하거나 함께 고독사하는 비극적 사건이 반복된다. 최근에는 부모 90대, 자녀 60대의 ‘9060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세츠코씨가 아들에게 “이제는 좀 독립해라”는 말을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 문제만이 아니다. “제대로 키우지 못한 내 탓”이라는 자책감 때문이다. 그는 “아들들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나는 얘네들의 ‘인생 보험’이었나 싶다”며 “노후에 하고 싶었던 일, 가고 싶었던 곳,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모두 뒤로 밀렸다”고 했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9년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세대의 20%가 ‘노부모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세대였다. 또 일본의 2020년 국세조사 기준으로 부모와 함께 사는 40대 미혼 자녀는 246만 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독립이 전제되지 않으면 부모의 노후도 자유롭지 않다”며 “경제 구조뿐 아니라 가족 관계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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