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하혈했는데 "임신입니다"… 응급피임약의 오해

2025-10-17

월경을 시작한 여성은 언제든 임신이 가능하다. 초경 때부터 폐경에 이르기까지 약 40년에 이른다. 원하지 않는 갑작스러운 임신은 여성에게 가혹하다. 임신·출산·양육으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직장을 그만둬야 할 수 있다.

최근 청소년의 성(性) 노출 시기가 빨라지면서 안전한 피임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의 평균 초경 연령은 12.6세, 첫 성 경험 연령은 13.1세로 빨라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의 도움을 통해 안전하고 올바른 피임법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봤다.

Q. 응급 피임약(사후 피임약)을 먹고 하혈했어도 임신할 수 있다.

(O) 사실이다. 최후의 피임법인 응급 피임약이 완벽한 피임을 보장하지 않는다. 응급 피임약은 정자·난자가 만난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자리 잡기 전까지만 약효가 작용한다. 응급피임약을 먹었어도 100명 중 1~2명은 임신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 폭탄인 응급 피임약은 체내 호르몬 균형을 깨뜨려 난자의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 경부를 끈끈하게 만들어 정자의 이동속도를 늦추고, 자궁내막을 허물어뜨려 수정란 착상을 방해하는 동시다발적인 작용으로 임신을 방해한다. 그래서 응급 피임약을 먹으면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게 변한다.

응급 피임약 복용 후 하혈했어도 배란 2주 후 나타나는 월경이 아닌 부정 출혈일 수 있다. 또 월경이 예정일보다 5일 이상 늦어진다면 임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응급 피임약 복용 2~3주 후에는 소변 검사 등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배란 예정일만 피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다.

(X) 아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피임법은 월경주기법, 질외사정법, 콘돔 등이다. 이런 방식의 피임법은 피임 실패율이 15~27%로 높다. 피임을 해도 10명 중 2~3명은 임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월경 주기는 과도한 운동,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아 배란일을 예측하기 어렵다. 남성이 사정 전에 분비하는 소량의 쿠퍼액에도 100만 마리의 정자가 존재한다. 콘돔은 손톱 등에 긁혀 찢어질 수 있다.

불완전 피임으로 인한 비계획적 임신의 절반 이상(61%)은 인공임신중절로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국내 15~49세 가임기 여성 중 약 7%는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 인공임신중절을 시도한 여성의 41.3%는 월경주기법, 질외사정법 등 불완전한 피임법에 의존했다.

별다른 조치 없이 응급 피임약만 복용했다가 인공임신중절을 시도한 경우도 1.8%나 됐다. 이사라 교수는 “피임 실패율이 낮으면서 사용 편의성이 높고 원할 때 임신이 가능한 가역성이 높은 방식으로 피임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응급 피임약은 여러 번 먹어도 피임 효과가 유지된다.

(X) 절대로 피해야 할 행동이다. 응급 피임약은 긴급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시도하는 피임법이다. 약 복용 직전 발생한 임신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성관계 후 투약 시점이 빠를수록 자궁 내막 변화를 유도해 수정란 착상을 방해한다.

그런데 응급 피임약은 약 복용 후 새롭게 발생한 임신 가능성은 막지 못한다. 피임이 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고용량 호르몬 제제인 응급 피임약을 한 달에 여러 번 혹은 매달 반복해 먹으면 체내 호르몬 체계가 교란돼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피임 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응급 피임약 복용 후 두 번째 성관계로 72시간 이내 응급 피임약을 또 먹으면 임신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Q. 먹는 피임약은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해야 피임 효과가 높다

(O) 약 복용 시점을 자주 놓칠수록 임신 가능성이 커진다. 루틴에 맞춰 가능한 매일 같은 시간에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 먹는 피임약은 복용법을 완벽하게 지켰을 때 1년 누적 피임 실패율이 0.3%다. 그런데 피임약 복용 시점을 놓치면 피임 실패율이 8~9%로 높아진다. 사람에 따라 피임 효과가 최대 30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야근·여행·모임 등으로 생활 패턴이 불규칙해 피임약 복용을 자주 잊는다면 자궁 내부나 팔뚝 안쪽이 심는 방식의 체내 삽입형 피임약(미레나·임플라논 등)으로 피임을 실천하는 것이 유리하다. 체내 삽입형 피임약을 몸속에 넣으면 3~5년 동안 일정량의 여성 호르몬이 나와 자궁 내막이 자라는 것을 억제해 수정란 착상을 방해한다. 체내 삽입 피임약의 1년 누적 피임 실패율은 미레나 0.2%, 임플라논 0.05%다. 이사라 교수는 “임플라논 등 체내 삽입형 피임약을 제거하면 빠르게 가임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Q. 흡연자가 복합 경구 피임약을 먹으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O) 사실이다. 여성 흡연자가 피임약을 먹으면 심근경색·뇌졸중을 유발하는 혈전 생성 위험이 커진다. 담배의 니코틴은 혈소판 응집력을 높인다. 그런데 먹는 복합 피임약의 호르몬 성분도 혈관 내벽의 안전성을 떨어뜨려 혈전이 잘 만들어진다.

피임약을 먹는데 흡연을 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5배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35세 이상으로 하루 15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 복합 경구피임약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 흡연자인데 피임이 필요하다면 체내 삽입형 피임약 등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지 않은 황체 호르몬 단일 피임약으로 피임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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