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아니래” 안심했다간…심장 사망 위험 1.5배 뛴다 [헬시타임]

2025-10-18

대동맥판막이 두꺼워져 제대로 열리지 않는 대동맥판막협착과 판막이 헐거워 피가 거꾸로 흐르는 대동맥판막역류를 모두 앓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지·김지훈·손지희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과 공동 연구팀을 꾸려 2008~2022년 3개 병원에서 모은 '한국다기관판막질환코호트'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심장은 4개의 방과 4개의 판막으로 이뤄졌다. 판막은 심장 좌심방과 좌심실,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 또는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에서 일종의 여닫이문 같은 역할을 한다. 구역마다 피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닫아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한다. 그 중 대동맥판막이 노화 등으로 헐거워져 잘 닫히지 않으면 혈액이 역류하고, 두꺼워져서 잘 열리지 않으면 피를 내보내기 어려워진다. 그만큼 심장에 필요 이상의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에 점차 심장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 등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판막질환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 심장판막질환 유병률은 2010년 9.89%에서 2023년 17.03%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단순 판막질환이 아닌 복합 판막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중증 협착으로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은 환자의 13%에서 중등도 역류가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연구팀은 한국다기관판막질환코호트에 포함된 4395명을 중등도 대동맥판막협착과 대동맥판막역류가 동반된 복합 증상 환자(224명), 중증 협착만 있는 환자(1996명), 중등도 협착만 있는 환자(2175명)로 나눠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대동맥판막 협착과 역류가 복합된 환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과 심장 사망의 위험이 중등도 협착 단독 환자보다 1.49배 높았다. 중증 협착 환자와는 비슷한 수준의 위험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인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상에서는 대동맥판막의 협착이나 역류가 중등도 수준인 경우 치료 대신 경과 관찰만 하기도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복합 증상을 가진 경우 중증 환자에 준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필요성이 규명된 셈이다.

박성지 교수(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이미징센터장)는 “세계적 수준의 다기관 코호트 연구를 통해 중등도 대동맥판막 복합 질환 환자의 예후를 명확히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판막질환 환자의 조기 치료전략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유럽심장학회 심장영상학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Cardiovascular Imaging)’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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