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가 삐끗하면…RICE를 기억하라

2025-10-18

가을철의 쾌적한 날씨 덕에 스포츠업계 추산 ‘1000만명’에 달한다는 국내 달리기 동호인들은 야외에서 운동하기 좋은 시기를 즐기고 있다. 풀코스 또는 하프 마라톤처럼 높은 수준의 목표가 아니더라도 달리기는 대부분의 인구가 건강 관리를 위해 가볍게 시도할 수 있고 효과도 좋은 운동이다. 다만 달리기란 운동이 인체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 형태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서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을 것이라며 만만하게 봐서는 곤란하다. 특히 달릴 때 가속도가 붙는 온몸의 무게를 지탱하며 지면과 접촉하는 발과 발목 주변의 부상은 달리기 경력이 오랜 동호인에게도 심심찮게 나타나는 ‘복병’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한 뒤 발목의 크고 작은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는 흔하다. 이때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할 대표적인 부상은 발목 인대 손상이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바닥이 몸 안쪽으로 꺾이며 발목 외측 인대에 염좌가 생기는 것이 대개 원인이다. 매우 흔한 부상이기 때문에 발목을 접질리거나 삐었다고만 생각해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에 따라 발목 안정성이 낮은 특성이 있다면 자주 재발하는 것이 문제다. 환자 중 20~30%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으로 진행되며, 발목 관절염이 생길 수 있기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이영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과 발은 달리기를 할 때 가장 다치기 쉬운 부위로, 발목 인대 손상 외에도 발목 골절,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 힘줄 파열 등 급성 외상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아킬레스건염이나 족저근막염 등 만성질환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급성·만성 손상 모두 일상생활과 보행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경우 의료기관에 방문해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발목 염좌부터 보다 심한 하지 주변의 근육·힘줄·인대 손상 같은 부상은 달리기 외에 일상생활 속에서도 겪을 수 있다. 울퉁불퉁한 바닥을 걷거나 계단을 내려오는 등의 동작 중에도 발을 헛디디면 통증과 부어오르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부상 정도는 아픔을 감수하고 절뚝이며 걸을 수는 있는 수준부터, 달리다가 갑자기 ‘뚝’ 하는 느낌이 들면서 종아리 근육 중 가장 표면에 있는 비복근이나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심각한 수준까지 다양하다. 심한 손상을 입어도 다친 직후에는 주변 근육의 경직으로 증상이 심각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으므로 무리해서 움직이기보다는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달리기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 중 발과 발목 주변에 급성 손상을 입었을 땐 다른 대부분의 부위와 마찬가지로 ‘RICE 치료’를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이 좋다. 휴식(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높이기(Elev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치료 원칙으로, 부상 직후 통증과 부기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냉찜질을 1회 20~30분 정도 하루 3~4회 한다. 붕대로 부상 부위를 적절히 압박한 상태에서 이틀 정도는 가능하면 심장보다 높은 위치로 올려두는 것이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이보다 손상 정도가 심하면 파열 부위를 고정하는 치료와 함께 부위에 따라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발이나 발목 주변 급성 손상 땐

하루 3번 냉찜질 20분씩 시행

다리는 이틀간 심장보다 높게

족저근막염, 첫발 디딜 때 고통

뒤꿈치 완충 ‘힐컵’ 착용 도움

발목 염좌와 이에 따른 인대 손상 못지않게 흔히 생기는 부상으로는 족저근막염이 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에서 시작해 발바닥 앞쪽까지 이어져 붙는 5개의 두껍고 강한 섬유띠로,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해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이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입어 염증이 발생하고 점차 심해지면 조직의 변성까지 나타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 바닥에 첫발을 내디딜 때 느껴지는 심한 통증이다. 주로 발뒤꿈치 안쪽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구부릴 때 아픔이 심해지기도 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없거나 덜하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프고, 일정 시간 움직이고 나면 다시 통증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없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족저근막염은 갑자기 발을 무리하게 사용할 때 나타나기 쉽다. 평소 달리기를 하지 않다가 시작하거나 한동안 쉬었다 재개할 때, 그리고 운동량이 과도할 때 발생한다. 또한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지 못하는 신발을 신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발바닥 아치가 정상보다 낮거나(편평족) 높은(요족) 경우에도 족저근막에 과도한 부하가 실릴 수 있다. 박영환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족저근막염은 한번 발생하면 치료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되므로 예방을 위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무리한 운동을 삼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낡은 운동화로 조깅이나 마라톤을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으므로 쿠션이 충분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족저근막염 원인을 줄이려면 잘못된 운동 방법이나 무리한 운동량을 교정하는 한편 발뒤꿈치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는 걸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을 효과적으로 늘려주는 스트레칭과 함께, 뒤꿈치를 감싸 완충 역할을 해주는 보조기인 ‘힐컵’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작용이 없는 범위 내에서 스테로이드 주사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활용해 치료하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낫지는 않아도 치료를 꾸준히 시행하면 대부분 호전되지만 치료 적기를 놓치거나 방치하면 걷고 달리는 동작에 영향을 줘 무릎과 고관절, 허리 등 신체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도가 심각한 일부 환자는 관절경을 이용한 족저근막 절개술을 받기도 한다.

이영 교수는 “달리기는 좋은 운동이지만 준비 없이 무리하게 하면 발과 발목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며 “자신의 발목과 발 상태에 맞는 안전 장비를 이용하고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힘줄을 안정화하는 습관을 가질 때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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