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 축소한 적 없는데"···감독 당국 감시 공백 노린 허위 '절판마케팅' 기승

2025-06-17

#얼마전 회사를 퇴직한 김모(61)씨는 지난주 금요일 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설계사는 "다음주부터 손해보험사인 A사의 뇌, 심장질환 치료비를 보장하는 특약 가입 한도가 축소될 예정이니 그 전에 서둘러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노후 대비 차원에서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김씨는 결국 해당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고 또다른 설계사로부터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 앞서 들은 것과 달리 A사의 인수지침이 연장돼 이번주까지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아함을 느낀 김씨가 A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인수지침을 변경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됐다.

일부 GA 영업 조직에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허위 마케팅을 펼친 정황이 발견돼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되며 업권 내부통제 체계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GA 영업 현장에서 일부 설계사들이 실제 상품 개정 사실이 없음에도 절판마케팅을 유도한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대형 손해보험사인 A사의 상품 관련 교육용 자료 등을 제작·배포했다. 회사 인수지침 변경으로 최저 가입 보험료 인상 및 연계 조건이 추가될 예정이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동일한 내용을 날짜와 문구 배치만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형 생명보험사인 B사가 최근 출시한 특약에 대해서도 "판매 종료가 임박했다"며 소비자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하지만 A사와 B사 모두 이 같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인수지침 변경에 대해 확정하거나 공식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문제가 된 자료 역시 자사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 유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절판마케팅을 통해 사실과 다른 정보에 속아 이미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민원 발생 등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절판마케팅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상품 판매가 중단되거나 개정을 앞두고 있을 때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며 고객에게 구매를 촉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동반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이번 사례의 경우 실제 상품 개정이 예정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적 확보 수단으로 절판마케팅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책임소지가 크다.

금융감독원도 이와 관련해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올 초 생보업권에서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중단 조치에 따른 절판마케팅이 과열하자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하는 한편,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법상 허용하는 최대 수준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당국이 감시 강도를 높이면서 업계 절판마케팅이 다소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이 감독기관의 리더십 부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현재 원장직이 공석 상태다. 이로 인해 내부통제 체계가 이전보다 느슨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판매 중단이나 개정이 예정된 경우 절판 마케팅이 이뤄지는 사례는 있었지만,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금융감독 체계 개편 등으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감시망도 점차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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