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허성태가 데뷔 14년 만에 단독 주연 영화 ‘정보원’(감독 김석)을 내놓는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단독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32살 늦은 나이에 대기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배우를 선택, 무명의 시간을 견딘 자신이 대견스러울 법도 하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걸 계획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니, 저는 그저 하루하루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살았을 뿐인데 이렇게 ‘정보원’이란 영화를 만나게 됐으니까요. 연기를 하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전 그때처럼 대기업을 관두고 배우로 전직하는 선택을 또 할 거예요. 이 일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카메라 돌아갈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거든요. 제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성태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정보원’을 내놓는 떨림, 배우로서 자신에 대한 솔직한 평가 등 다양한 질문에 있는 그대로 답했다.

■“‘정보원’ 지질한 주인공, 나와 비슷한 면 많아요”
‘정보원’은 강등당한 후 열정도 의지도 수사 감각도 잃은 왕년의 에이스 형사 오남혁(허성태)과 굵직한 사건들의 정보를 제공하며 눈먼 돈을 챙겨왔던 정보원 조태봉(조복래)이 우연히 큰 판에 끼어들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코미디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오남혁 역이 실제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했다.
“저도 실제론 지질하기도 하고 위험하면 회피하기도 해요. 그런데 연기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던 게, 극 중 남혁이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게’라고 각성하는 액션 장면에서, SBS ‘기적의 오디션’을 보던 14년 전 제가 떠오르는 거예요. 무대 나가기 전까지 엄청 떨렸는데 그때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몰라. 나 엄마 아들인데, 자랑스러운 아들이니까 잘하겠지’라고 각성했었거든요. 그게 떠오르면서 캐릭터와 하나가 됐는데, 완성본을 보니 그 액션신 자체도 정말 멋있게 잘나왔어요. 만족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도 컸다. 아무래도 첫 단독 주연이다보니, 책임감도 더 커진다는 근다.
“제 꿈이 스태프들에게 단체티셔츠를 돌리는 거였어요. 그걸 이번에 제 사비를 들여 해냈습니다. ‘정보원’ 세 글자 박은 티셔츠를 나눠줬는데, 입은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분식차나 커피차도 내돈으로 제공했고요. 투자자 느낌도 나죠? 그리고 제가 말수가 많은 사람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홍보에 진심이에요. 춤추지 못해서 미친 사람마냥, 각종 아이디어도 내고 쇼츠 촬영도 매일 하고 있고요. 스태프들의 땀과 노력이 떠오르니까, 제가 이렇게 해서라도 영화가 잘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무명의 시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 덕분이죠”
‘기적의 오디션’ 이후 어마어마한 배우가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다시금 무명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 덕분이었어요. 제가 ‘기적의 오디션’ 합숙하러 가는 날 부모님 드시라고 냉장고에 막걸리 두병, 통닭 한마리 넣으면서 ‘배우로 성공하지 않으면 부산 땅을 밟지 않겠다’는 쪽지도 끼워뒀는데요. 흑역사긴하지만 그게 배우로서 제가 품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 모두 말린 일이고 내가 하겠다고 밀어붙인 일인데, 흐지부지 몇년 하다가 그만두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회사 생활을 한 건 배우로서 강점도 있다. 이른바 ‘배우병’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검열하고 돌아봤다는 점이다.
“조금씩 유명해질 때에도 그런 것에 취하지 않고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어요. 지금 돌아봐도 참 잘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오징어게임’ 때도 팔로워 수가 200만이 넘었을 때 몇 년 지나면 이건 다 빠질 거라면서 절 진정시켰고요. 누구는 ‘이제 형님 정도 되면 현장가서 떳떳하게 즐겨라’라고 조언도 하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배우병’ 걸린 사람들도 몇 봤지만 좋아보이지 않았거든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의 꿈은 소박하다.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것을 하다보면 어딘가 가 있겠지란 마음으로 살고 있고, 그렇게 살 거예요. 주변 사람들과 재밌게 작업하고 싶은 마음 외에는 큰 욕심은 없습니다.”
‘정보원’은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